유한함을 선택하다
나는 어제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유한함과 무한함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함이란 모든 것은 시작이 있고 그 끝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무한함과는 한 끝 차이이다. 끝남과 동시에 하나의 또 다른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한함과 무한함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을 다른 것이라고 인식하는데서 인생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객체로서는 동시에 존재하지만 주체로서는 동시에 작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을 충만하게 살아내려면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뿐이다. 주체로서 움직임의 방향을 무한함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유한함을 선택해야 한다. 한쪽을 선택하고 방향성을 명료하게 할수록 그 동시성은 강해진다. 그래서 명료할수록 좋다.
나의 경우 고유의 기질을 파악했을 때 결국 유한함을 선택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식의 세계를 의도적으로 한계를 정하고 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된 범주 안에서 최대한의 집중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 무의식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유한함을 선택하기를 주저했던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엇인가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많다는 두려움, 더 배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두려움, 다양하게 보지 않으면 편협하게 된다는 두려움 등이다. 사실 이게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한함을 선택하면 그 무엇도 명료해지지 않고 그냥 희미한 세상에서 부유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한함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것은 적극적인 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가치 있는 것, 내게 꼭 필요한 것만 단호히 내 세계 안에 두기로 한다. 내가 선택한 이것들에만 내 고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기로 한다. 그리고 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것은 가차 없이 차단하기로 한다.
많은 것을 놓쳐도 괜찮다. 다 몰라도 괜찮다. 더 배우지 않아도 괜찮다. 편협해져도 괜찮다. 다 괜찮다. 사실 내 알바가 아니다. 그저 이 세계에서 유일한 나의 의무는 이 선택된 우주를 잘 가꾸고 그 아름다움을 잘 발현해 내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