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모으기 Day 94.

묵주기도를 시작하다 -1

by 쾌락칸트

나는 모태신앙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나는 가톨릭인으로 예정되었다. 엄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아빠도 엄마의 영향으로 결혼 전에 세례를 받았다. 우리 가족은 성가정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일요일에 성당을 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시기는 엄마와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쳤다. 어릴 땐 그것이 귀찮고 힘들었지만 그냥 했던 것 같다. 기도의 지향은 시기마다 달랐다. 내가 6살 무렵 아빠가 사업 문제로 뉴욕에 체류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의 지향은 아빠와 다시 함께 사는 것이었다. 정말 열심히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아빠가 너무 그리웠으니깐.



그리고 그다음 묵주기도의 시기는 나의 대입 시절이었다. 나는 미대 입시생이었다. 매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저녁에 학원에서 그림 그리고 밤늦게 집에 와서 피곤해도 묵주기도는 꼭 바쳤다. 그때도 정말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고3 때 나는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엄청 실망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담담했다. 결국 재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재수 1년 동안 이상하게 충만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내 의지대로 시간을 구성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림 실력은 더 향상되어 갔다. 그리고 묵주기도는 계속되었다.


수능날이 왔다. 그런데 나는 수학을 정말 망쳐버렸다. 수학이 약해서 1년 동안 수학만 정말 열심히 팠다. 그런데 막상 시험날 시험지는 백지로 보였다. 앞 장만 겨우 풀고 뒷장부터 애를 써봤지만 진짜 하나도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 시간이 다되었고 나는 황망한 마음으로 거의 모든 문제를 다 찍었다. 심지어 주관식까지 찍었다. 2교시 수학 시험 이후 점심시간이었는데 나는 울면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험이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엄마한테 수능 망쳤다고 했다. 엄마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마음과 엄마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그렇게 힘없이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면서 수능 가채점을 했다. 그런데 수학 채점을 하는데 놀라운 일 벌어졌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가 찍은 게 거의 다 맞은 것이다! 심지어 주관식 마저 다 맞췄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해 수능의 수학이 어렵게 나왔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수학 점수로 전체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내 수능 점수가 상위 5% 안에 들어가서 정시 전 특차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특차에서 합격권은 아니었다. 학원 선생님들도 성적은 올랐지만 상위 1% 싸움인 특차에서 실기 1등 아니면 붙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시험이라도 칠 수 있어서 기뻤다. 한 달이 지나고 특차 시험의 날이 왔다. 나는 특차에 붙을 기대는 없었기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러 갔다. 실기 특차여서 자리 선정이 중요했다. 그런데 제비 뽑기로 당첨된 자리는 내가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나왔다. 나는 정말 즐겁게 그렸다. 시험 시험 시간은 4시간이었는데 나는 3시간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때 그렸던 그림은 내가 평소에 그린 것과 좀 달랐다. 약간 복잡하고 어둡게 그리는 내 스타일과 달리 뭔가 단순하면서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내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시험이 끝나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시험장 밖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는 나중에도 그날의 나를 자주 기억한다. 정말 그렇게 밝은 표정은 잊을 수 없었다고.


특차 시험은 결과는 합격이었다. 나는 합격했다. 확률적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합격이었다. 이것은 나의 능력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아 묵주기도를 성모님이 들어주신 거구나.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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