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17.2023
아침 8시, 누군가가 남기고 간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청소 업체분들이 오셨고, 그분들이 필요한 특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야했기에 경리단 주변의 편의점을 여러 군데 돌았다.
( 물론 결국 구청에서만 살 수 있었습니다. 알아두실 분들께 )
첫 번째 편의점 알바 청년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는데 억양은 조금 달랐다. 마스크 뒤로 숨은 얼굴, 어색함을 감춘 채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 준 그 청년은 오늘 나와 꽤 자주 본다 생각했을 것이다. 리더분을 빼고는 전부 그 청년보다도 한국어를 못하는 청소 업체 분들을 위해 따듯한 커피와 빵이 필요했고 , 그다음은 목장갑과 박스 테잎이, 쓰레기가 점점 늘어나 일반 종량제 봉투를 또 서너 번 사러 들락날락했는데 좀 전 75리터짜리 큰 비닐을 떼어내느라 고생했던 터인지 다음에 갔을 땐 10장이 한꺼번에 접혀있던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 반듯하게 접어서 차곡차곡 넣어두었더라. 몸 돌리기도 제약이 있을 만큼 공간이 아주 작았는데도 그곳에서 열심히도 자신의 일을 했구나 싶어 그 사명감이 고마워 눈물이 왈칵 고였다. 이런 아이도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라는 마음이 스쳤지 싶다.
요즘 나는 책임감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들처럼 내가 언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적은 없었는지, 나의 무책임함으로 누군가가 어떤 괴로움을 당했는지, 얼마나 치를 떨었을지 고민 중이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전하는 것은 세상 사람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이상하다고,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할 만큼 다 내어주는 것일 텐데, 나는 여전히 그러지 못하고 또 그런 나를 자책하며 고난이 배가된다. 내려놓아야 내가 사는데, 고민하는 만큼 행함이 적은 게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 청년만큼이나 성실하게 끝까지 웃으며 함께 해주신 청소업체 분들과 쓰레기봉투에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을 채우는 내내 마음으로 그 청년과 청소업체 분들을 위해 기도했다. 세상이 그들에게 이유 없이 잘못하지 않기를, 부디 친절하기를, 지금의 그 성실한 마음이 반복되는 악으로 깎이어 바래지 않기를 끝없이 되뇌었다.
이번 일이 또 한 번의 인생 레슨이라 생각한다.
이제 삶의 반절을 살아냈는데 나는 아직 한치도 자라지 못함을 깨닫는다.
이 시기 즈음 하나님은 내게 책임감을 단단히 가르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책임감의 결여가 얼마나 주변에 폐가 되는지,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고를 삼켜버리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으니.. 책임감이 엄청 필요한 첼린징에 앞서 묻고 계신거다. 너 정말 잘할 수 있냐고.
아침부터 종일 영하 속에 몸을 썼더니 온 몸이 저릿, 후유증이 다시금 올라온다.
너덜너덜해진 몸을 누이며 쓰레기를 남기고 간 그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부디 그 사람에게도 악에 받친 오늘과는 다른, 다정한 미래가 부디 있기를,
그 어느 날, 자신이 괴롭다는 명분으로 책임을 유기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악이었는지 문득 깨닫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