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뇌졸중 환자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by Albeit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내가 주로 보는 환자들은 뇌졸중 환자들이다. 물론, 다른 질환을 가진 분들도 많이 뵙곤 하지만 그래도 주된 질병군은 뇌졸중임이 분명하다.


뇌졸중이란, 뇌경색 + 뇌출혈을 의미한다. 뇌경색의 경우, 뇌의 혈관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막혀서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뇌출혈의 경우, 뇌의 혈관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터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는 혈관의 문제 때문에 뇌에 적절한 에너지원들이 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그동안 건강에 어떤 이상도 없이 잘 살아왔는데 왜 이런 병이 내게 왔을까.'


혹은


'나는 그동안 혈압만 조금 높았고, 잘 지내왔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거죠?'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내가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대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하루아침에 어딘가 불편함이 생겨버린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일 수도 있다.


한탄을 늘어놓고 싶고, 하늘을 원망하고 싶은 그분들의 심정에 닿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분들에게 종종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뇌혈관 질환은 발생하는 순간만 놓고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그전부터, 어쩌면 수십 년 전부터 머리 혈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이고 쌓여서 생기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창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을 시절부터 머리 혈관에 가해지는 혈압, 고지질, 반응성 산소종, 불규칙한 수면 같은 생활습관 등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혈관이 버티고 버티다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게 된다는 이야기, 사실 원망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 '에이, 혈압 조금 높은 건 괜찮아.', '술 한잔 정도야 괜찮지.'와 같은 행동들이 쌓이고 축적되어 오늘 뇌졸중에 걸린 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저런 이야기를 해드리는 이유는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에 대해서 한탄하고, 후회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으니 앞으로 내가 어떻게 지금의 상황에 적응할지 빠르게 의식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사람이 타임머신을 개발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보니 지나간 일을 백번 천 번 탓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뇌졸중이 오고 난 뒤에 급성기, 내 몸에서 빠르게 회복하려고 하는 시기에 재활치료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저런 한탄과 절망에 빠져서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편, 과거 나의 행동이 지금의 내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가져다 줄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그저 단편적인 일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서 바라보게 되는 관점은 오늘 나의 삶을 그저 무료하고 반복적인 하루에 그치지 않게 하고, 나아가 내가 바라보고, 그리고자 하는 미래라는 집에 대한 충실하고도 작은 벽돌이 되게 만들어준다. 벽돌들이 쌓이고 쌓여야 집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지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행동과 생각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미래의 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을 하면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낼 것은 아닌 듯하다.


단순히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의미는 아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는 것은 맞으나 그 하루하루의 의미가 그저 오늘을 버텨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걷는 한걸음 한걸음으로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더 가치가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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