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집에 가고 싶어하는 환자들

by Albeit
287686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만성 환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 있다.


'집에 가고 싶어!'


이런 말이 나오면 초비상이다. 환자는 집에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고, 의료진과 보호자는 아직 집에 갈 때가 아니라면서, 조금만 더 치료하고 나서 가자고 환자를 설득하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끝은 대개 보호자의 승리로 이어진다. 애초에, 병식(insight)이 없는 환자가 집에 가자고 고집부리는 경우는 간단하다. 집에 가면 안 된다. 자신이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그 아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집에 가겠다고 하는 환자를 가만히 둘 의사와 보호자가 어디에 있을까.


문제는 병식이 있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주체적으로 파악하는 환자들의 요구다.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현재 내가 주로 보고 있는 환자들은 뇌졸중 환자들 혹은 척수 손상 환자들이다. 타박상, 골절, 혹은 폐렴과 같이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하면 깔끔하게 완치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분들은 급성기에 중요한 치료는 끝났고, 이제 병전으로 최대한 회복할 수 있게 타인의 도움을 받아 나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좋은 의미로는 회복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자들이며, 나쁜 의미로는 언제 도달할지 모르는 목표를 향해 평생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자들이 집에 가고자 할 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회복이 되어서 이제 집에서 한번 생활해보고자 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오랜 병원생활에 지쳐 이제 집에 가서 쉬고 싶은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오히려 이른 시기에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시도하려고 하는 마음을 축하해 준다. 또한 집에 가게 되었을 경우 조심해야 할 것들, 예를 들자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계단의 존재, 화장실 문턱, 물에 젖어 미끄러운 화장실 타일, 그동안 잘 지내왔던 바닥에서의 생활 등에 대해 알려주며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보낸다. 어찌 보면 정들었던 회사를 퇴직하는 부장님에게, 다른 자리에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기원하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병원이라는 이상한 곳에서 보지 말고 남들처럼 밖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며 보낸다.


후자의 경우에는 양가감정이 든다. 내가 이 환자에게 조금만 더 노력하자고, 열심히 해보자고 말을 하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그동안 수많은 나날을 고민해 왔을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 주고 집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옳을지 말이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오랫동안 고민했을 환자에게 너무나도 쉽게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


이런 문제들로 고민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집에 가자고 하는 것일까. 심지어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그분의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이 살던 보호자가 환자의 케어를 위해 같이 병원에서 지내는 경우다. 이런 경우 수개월 동안 집이 비어있다 보니 오랜만에 집에 가려고 해도 바로 갈 수가 없다. 먼지부터 다 털어내고, 사람의 빈자리로 인한 한기를 몰아내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집'에 가자고 말을 한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났던 자리로 회귀하려는 것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매우 고급스러운 호텔에 몇 박 며칠을 묵는 경우가 있다. 침대 시트는 매우 정갈하고, 매트리스는 푹신푹신하며 샤워실이나 화장실은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문득 '아, 집에 가고 싶다. 집이 편했는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환경은 분명히 호텔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데 왜 나의 집이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집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내가 마음 편히 지내고, 누워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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