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마세요!

재활치료 시 주의할 점

by Albeit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넘어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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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일 어려운 부탁 중에 하나다. 재활의학과 환자들은 뇌졸중이든, 척수손상이든지 간에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보니 그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소원 중의 하나가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걷는 것이다.


신경과, 혹은 신경외과에서 급성기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재활의학과로 협진의뢰가 들어와서 환자와 면담을 하게 되면 그들이 항상 묻는 이야기가 있다.


'이전처럼 걸을 수 있나요?'


뇌졸중의 경우에는 반절 이상이 보행이 가능하며, 척수손상의 경우에는 손상된 부위의 레벨에 따라 보행의 정도가 결정되기는 하지만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 '네. 환자분은 몇 프로의 확률로 볼 때 걸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주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내 앞에 있는 환자가 앞으로 어떤 경과를 밟아갈지도 알 수 없기도 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앞으로의 예후를 펼쳐보며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런 경우는 아직 재활의학과로 전과되기 이전의 이야기이고, 이제 내가 직면하는 환자들은 급성기에서 어느 정도 회복해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많다. 처음에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보행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만 가졌던 분들이 이제 조금씩 회복이 되어가니 구체적인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 정도면 간병인 없이 나 혼자 걸어봐도 될 듯한데? 한번 시도를 해볼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병원에서 혹은 실외에서 낙상사고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환자들의 보행에 대한 갈망 및 기대감을 저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완전한 근력을 가진 환자들을 무조건 침대에 눕히고, 보호자가 24시간 내내 따라다니게 할 수도 없고,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과거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에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토의를 하게 되면 항상 간호부에서 제시되는 안건 중의 하나가 '낙상 줄이기'였다. 그만큼 병동에서 낙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낙상 발생률을 0%로 줄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낙상 발생률을 줄일 수는 있었으나 아예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심지어 보호자가 24시간 옆에 붙어있는 순간에도 낙상은 발생해서, 보호자와 환자가 같이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속으로는 '사람이 직립보행을 시작한 순간, 넘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인조차 걷다가 삐끗하고 넘어질 때가 있는데 하물며 몸이 불편한 내 환자들의 경우는 오죽할까.


그러다 보니 내 앞에 있는 환자들, 그중에서도 이제 팔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하고 조금 일어나 볼까? 하는 분들에게 항상 '넘어지지 마세요!'라고 하는 말도 공허한 울림처럼 들릴 때가 있다. 이런 말을 해도 어차피 넘어질 사람은 넘어질 텐데,라는 마음이 들 때가 많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회진을 돌면서 환자들에게 '절대 넘어지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내 말을 들은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조심하면서 넘어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노인들에게서 낙상 후 발생하는 고관절골절은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고관절골절이 발생할 경우 단순히 뼈가 부러졌다는 의미보다는 많은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며, 골절을 잘 치유하였어도 이전에 원활하게 보행하였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고관절골절은 요즘 너무나도 수술을 잘해주셔서 수술 이후 하루 이틀이면 서서 체중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수술 부위, 골절 종류에 따라 몇 주간 누워있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요는, 수술의 적절성이 아니라, 골절로 인하여 따라오는 신체기능의 감소, 통증, 그리고 신체기능의 감소에 이은 내과적인 합병증들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졸중이라는 큰 사건을 겪고 나서 씩씩하게 잘 회복하던 환자들이,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낙상 이후 골절이 발생하고, 골절을 치유하는 시간 동안에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골절을 치유하는 기간 동안 많은 움직임을 수행하지 못하며, 이로 인하여 그동안 열심히 재활치료를 해왔던 삶의 기능을 다 날려버리는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


나의 잔소리로 인해서 수개월간 열심히 재활치료를 했던 부분들을 다 백지화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한마디 잔소리를 하러 가야겠다.


'넘어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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