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들의 기능적인 회복이란

by Albeit

외래진료를 보고 있던 중, 갑자기 원무팀에서 연락이 왔다.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분의 보호자가 급하게 면담을 요청하세요.'


급할 이유가 하등 없어 보이는데 보호자는 왜 부리나케 면담을 요청한 걸까. 의문을 가지면서 보호자에게 진료실로 오셔도 된다고 했다.


'과장님, 제 동생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역시나, 원무팀에서 '급하게'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저 입원해 있는 친동생의 상태가 궁금했으리라. 보호자에게 현재의 기능상태와 어떤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지 주절주절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보호자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제 동생은 언제 즈음 회복할 수 있을까요?'

Treating-Hemiplegia-and-Hemiparesis-After-Stroke-blog.jpg Saebo, Treating Hemiplegia and Hemiparesis After Stroke에서 펌.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머리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회복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보호자가 바라는 회복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이 환자의 상태가 그에 걸맞은지 이것저것 따져보기 시작했다. 우선, 현재 환자의 상황에 대해, 그리고 처음 뇌경색이 발병했을 때의 머리 MRI영상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환자분이 발병 초기 찍으셨던 머리 MRI입니다. 여기에서 보시면, 우반구의 1/2가 하얗게 보이죠? 뇌경색이 이만큼 진행되어서 머리에 영향을 주었고, 현재 환자분의 상하지 근력은 1등급 (참고로, 근력의 등급은 0급에서 5급까지인데 5급이 정상, 0급은 아예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1등급이라고 엄청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면 곤란하다)이고, 이는 발병 초기 뇌가 너무 많이 손상을 받아서 아직 근력이 돌아오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발병 후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상하지 근력이 이 정도로 낮다면 추후 수년이 지나더라도 손발의 힘이 정상으로 돌아올 확률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그러자 보호자는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환자는 아직 독신으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연세도 매우 많으셔서 환자가 집에 간들 도움을 바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신은 환자가 열심히 운동해서 팔다리의 힘을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하면 집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회복은커녕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환자는 현재의 상황에 익숙해져서 운동 좀 하라고 말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잔소리취급하면서 운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걱정되어 왔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은 너무나도 많다. 사실, 뇌졸중에 걸린 뒤 집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보호를 받으면서 집에서 병원까지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들은 매우 행복한 편이다. 대개는 남은 부양자들이 병원비, 그리고 그들 각자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환자들은 재활병원 혹은 요양병원에 덩그러니 남겨져서 오전 오후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보호자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그저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다. 오히려, 보호자에게 뇌졸중 후 재활치료의 목적, 혹은 그 본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으로 보건대, 이 환자분이 보호자분의 바람대로 팔다리가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보호자분이 바라는 회복은 마비된 편측 팔다리의 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나요?'


'네. 그게 회복이 아니면 다른 것이 있나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저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에 보호자분이 이 환자의 팔다리를 회복시켜 달라고 하면 저는 이 병원에서 내보낼 겁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지, 우리가 현재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에요. 하지만 만약 이 환자가 걸을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보호자분이 바란다면, 저는 최대한 열심히 치료를 진행할 겁니다.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마비된 쪽의 완전한 회복이 아니라, 남아있는 쪽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병전의 생활로 돌아갈까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보호자는 '그게 무슨 이야기지?'라는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만약 환자와 보호자분이 마비된 측에 집중해서 이걸 어떻게 하면 이전처럼 움직일까 고민을 하게 된다면 금방 실망하고, 좌절해서 포기하게 될 겁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겠죠. 어차피 안 움직이니깐요. 하지만 남아있는 건측 팔다리를 이용해서 걷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 할 것들이 참 많아질 거예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많으니깐요. 재활치료의 본질은 환자가 최대한 병전의 생활을 다시 수행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미 망가진 팔다리를 고치는 게 아니라 남아있는 팔다리를 이용해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돕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비된 팔다리를 회복시키는 것은 신의 영역이고, 언젠가 조금씩 회복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인간이고, 제가 환자분을 위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남은 기능들을 이용해서 최대한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보호자의 마음속에 쌓인 답답함이 얼마나 풀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이야기였는데 그 말이 보호자에게 얼마나 와닿았을까.


그래도, 면담을 마치고 나서 환자를 바라보는 보호자의 눈에서 이전에 보였던 조급함 대신 부드러움이 감도는 것을 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환자는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언제즈음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런 보호자의 열정과, 환자의 의욕이 조금 더 조화롭게 합쳐진다면 곧 집으로 가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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