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입법위원 파면용 주민소환 투표 결과, 60%의 유권자 반대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은 2025년 7월 26일 야당인 중국국민당 소속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 25명을 파면하기 위한 주민소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투표자들의 60% 이상이 파면안에 반대하여 최종적으로 라이 총통의 파면 시도는 실패했다. 현재 대만의 정치지형은 여소야대 형태인데, 이 실패로 말미암아 라이 총통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 총통이 이렇게 큰 정치적 실패를 한 이유는 처음부터 정치적 프레임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과 '중화민족의 민족적 공동체인 중국'을 동일시하고 '중국'을 벗어나 '대만인만의 공동체'를 새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가 이런 발상을 한 이유는 '중화민족의 민족적 공동체인 중국'을 유지하려는 중국국민당의 정치적 노선에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적 창의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민주진보당이 과거 중국국민당의 수십년 간 계엄령 통치를 반대하는 정치적 투쟁을 위해 탄생한 정당인 점을 감안하면, 라이 총통의 이런 발상은 일정한 정치적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모험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그가 대만 헌법 정신과 '중화민족의 원류'를 자처하는 대만인들의 정서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첫째, 대만 헌법은 대만의 국호를 '중화민국'이라고 정의한다. '중화민국'은 중국 대륙의 군벌 시대를 마감하고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을 막아내며 성장한 장제스 총통의 그 중화민국을 의미한다. 즉, 앞 문단에서 내가 언급한 '중화민족의 민족적 공동체인 중국'이 곧 중화민국이다. 그런데, 라이 총통은 이 헌법 정신을 배반했다. 오히려 헌법 개정을 통해서 이 조항을 없애려고 시도했다. 한국의 상황에 빗대어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한을 뺀 지금의 영토이고, 북한은 한민족이 아닌 별도의 국가이며, 통일부와 이북 5도청은 폐지한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따라서, 야당인 중국국민당과 그 지지자, 그리고 대다수의 대만인들은 이 시도를 두고 볼 수 없었다.
둘째, 이번 투표결과로 드러난 대다수 대만인들의 민심은 자신들이 아직도 '중화민족의 원류'이고 중화민족의 문화를 보전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국 한자와 거의 똑같은 번체자를 쓰고 춘추전국시대의 고대중국어 발음(억양)을 재구하여 시를 노래한다.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고구려, 백제, 신라어를 발음하고 향가를 부를 수 있다는 격) 게다가, 공자의 자손들이 버젓이 대만에 살면서 대만 정부가 임명한 '대성지성선사봉사관'이 되어 대만의 문화적 정통성을 보증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이런 문화적 뿌리들을 모두 부정하고 새로 '대만 공동체'를 창설하여 중화민족을 부정하려고 했다. 그는 공산주의 중국을 부정하려다가 대만인의 문화적 정통성마저 부정하려고 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민소환 투표 결과는 대만 총통이 공산주의 중국을 절대 부정하려다가 대만인들의 문화적, 민족적 정통성마저 부정했기 때문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