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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Jan 18. 2017

에버노트 업데이트에 대한 생각

더 가볍고 빨리진 코끼리


에버노트가 업데이트되었다. 유니콘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꾸준히 보면 항상 위태위태한 회사다. 하지만 또 항상 살아남기도 했다. 코끼리는 오래 산다는데, 쉽게 죽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에버노트가 오래된 만큼 업데이트도 많았고, 긴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업데이트는 변화이며, 변해야 될 부분과 변하면 안 되는 부분을 선택하는 건 힘든 문제다. 성공적인 업데이트는 결국 제품을 살아남게 하는 일이다. 제품이 오랫동안 서비스되었고, 여러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다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에버노트는 이번에 쉽지 않은 일을 성공시킨 것 같다. ' ios-v8-launch-hero-640x360' 라는 이미지는 에버노트의 변화를 이미지 한 장으로 보여준다.


에버노트가 내세운 이번 변화는 3가지이다.

노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노트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노트에 색과 스타일을 줄 수 있다.


3가지를 한 문장으로 바꾸면, '노트를 빠르고, 더 쓸모있게 작성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다. 더 이상 태그 작성을 강요하지 않고, 모호한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을 도입했다. 검색을 시작하기 위해 단어를 타이핑하는 순간부터 검색이 시작되고, 내가 올바른 검색을 치는 부분부터 확실히 보여준다. 탭바에서 검색 아이콘은 가운데에서 두 번째, 노트북 보기 바로 옆이다. 많이 쓸수록 검색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쉽게 찾을 수 있어야 기록하는 의미가 커진다.


노트는 그냥 누르면 작성을 쉽게 할 수 있다. 텍스트 작성뿐 아니라 사진을 찍거나 녹음을 해도 노트 작성이 쉽다. 쉽게 노트를 작성한다고 편집을 쉽게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보통 스마트폰에서 노트를 작성하면, 색상이나 스타일을 정하게 할 수 있게 했다. 기능이 늘어나는 대신 다른 부분이 많이 단순화되었다.


그냥 현재의 클라이언트만 보면 실감이 잘 안 나기 때문에 이전 버전과 비교를 해보았다.


2013년 에버노트는 서류철 서랍함의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로 2016년에 보이던 에버노트의 첫 화면은 사라졌다. 워크챗, 태그, 할 일 목록, 동기화 아이콘, 설정은 사라졌다. 온 화면을 덮고 있던 녹색도 사라졌다. 색은 꼭 쓰일 곳에만 사용되었다.


카드 형태의 복잡한 2 칼럼 디자인도 페이스북 피드처럼 단순하게 변했다. 탭바가 생겼고, 에버노트의 사용자에게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새로운 노트 작성하기 버튼 양옆으로 검색과 즐겨찾기가 생겼다.



제한되었지만, 풍부한 색 사용

2017년 에버노트 디자인에는 캐릭터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콘텐츠보다 데이터가 많이 사용되는 앱일수록 친근한 느낌과 경험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도입된 신규 기능 안내와 달리 2017년 기능 설명은 밝은 색상과 가벼운 느낌을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에버노트는 딱딱하고 어렵고, 가이드나 팁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있었다. 친근한 느낌을 주는 비주얼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에버노트의 색상도 정말 많이 연구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기본 녹색은 인터렉션 위주로 사용했다. 이전에는 인터렉션 부분과 인포메이션 부분의 구분 없이 녹색을 고집스럽게 사용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두 부분이 분리되었고, 녹색과 잘 어울리는 주변색들로 앱을 디자인했다. 녹색이 아닌 색상은 주로 안내에 쓰이고, 녹색의 인접색일수록 면적이 넓다.



글쓰기의 작지만 큰 변화들

새로운 쓰기 화면은 디테일한 변화가 많다. 직접 보면 알 수 있는데, 키보드 위의 기능 탭바의 경우, 기능을 인지하기 쉽도록 기능의 숫자를 줄였다. 여기서 사라진 기능은 탭바의 가운데 숨어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다.

'취소'와 '저장' 버튼을 없앴다. 안 쓰고 노트를 완료하면, 등록되지 않는다. '취소'할 필요가 없다.

'새 노트'란 표현을 없애버렸다. 생각해보면 필요 없다.

'정보' 항목이 본문 어디에서 분리되어 다른 기능의 아이콘과 비슷한 곳에 위치한다.

iOS에 맞는 '내보내기' 아이콘을 사용했다.

자세히는 안 쓰겠지만, '더보기'에 자주 안 쓰는 기능을 몰아넣지 않고, 쓸모 있는 기능으로 채웠다.

제목부터 쓰지 않아도 된다. 제목과 본문을 가까운 위치에 배치했지만 시작하는 커서의 위치는 같다. 그리고 '필기 시작'이라는 텍스트를 미리 넣어준다.

노트를 잘 작성할 수 있는 기능 위주로 키보드 위에 배치했다.


그리고 내가 작성한 내용에 스타일을 줄 수 있다. 글자에 색 넣고 스타일 주는 게 뭐 그리 쓸모 있는 기능일까 싶지만, 내가 뭔가를 작성했는데, 그걸 내가 다시 빠르게 보려면 사람마다 특정한 방법을 사용한다.



나머지 원래 있던 기능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머지 기능들은 새 노트 작성하기를 길게 누르면 나타난다. 와우!

당신이 UI나 UX 디자이너라면, 한 개의 버튼에 두 가지 기능을 넣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버튼은 Path에서 이미 실패한 방법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용자 역시 이 기능을 모를 수 있다. 녹음, 사진, 알림은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숨여 있다.


UX 원칙(누가 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이라는 것들을 보면, 숙련자와 초보자를 구분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런데 내가 디자인하는 서비스가 기능이 많고, 소수지만 그 기능을 자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에버노트의 경우는 글 쓰는 메모 노트지만, 그런 기능이 많다. 이번 업데이트의 자주 보이는 곳에서 사라진 녹음, 사진, 그리기 등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찾으면 찾을 수 있을만한 곳에 있다.



결론


에버노트의 이번 업데이트는 전체적인 기능의 수는 유지하면서, 주요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비주얼로도 쉽게 빠질 수 있는 201X년 트렌드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물론 적은 색상 사용, 미니멀리즘, 두꺼운 라인의 아이콘이 트렌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에버노트가 주는 기존의 경험을 유지하면서 사용 경험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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