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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Mar 20. 2017

슬롯머신의 유혹

중독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중독되지 않기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 성공일까?
사람들은 단순함을 사랑하기 때문에 성공을 쉽게 돈으로 생각한다.
단순한 기준은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고민해보며 글을 쓴다.




반쪽 눈으로 보는 성공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제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성공한 제품 혹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제품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사람들의 욕구와 니즈를 만나면서 더 다양한 형태로 변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 7은 3가지 저장용량과 5가지 색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용자는 아이폰 7은 15가지 조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 후에는 보호 필름, 케이스, 이어폰 등의 기타 액세서리로 사람마다 아이폰의 외형은 모두 달라진다. 홈 화면을 열어보면, 사람마다 모두 다른 앱 아이콘들이 가득 차 있다. 현재의 제품은 소비자에 의해서 재탄생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사용과 운영, 제작까지 참여하는 적극적인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이폰 7을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아이폰 속한 생태계에 참여해서 플랫폼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제품을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기획자들의 세상에서보다 더 자세히 살펴 보고 예측한다. 그리고 UX 디자인은 이 과정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관찰하지만, 사용자를 존중해야 한다.


제품의 구입과 사용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제거하면 성공한 제품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험의 요소를 빼면, 아이폰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만이 구입하는 제품이고, 아이폰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그저 '중독성'이 강한 서비스가 된다.


서비스에 중독된 사용자를 보며, 그런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면,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게 된다. 중독자는 언제나 소수다. 대다수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쓰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중독을 통제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가진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단순한 것이 정답은 아니다. 


단순함은 편견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을 때만, 가치 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충성도와 중독성만으로 평가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단순해진다. '성공한 제품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중독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이 마법의 문장은 서비스를 벌통으로 만들고, 고객을 꿀벌로 만든다. 그러나 회사는 꿀벌이 모아 온 달콤한 꿀이 보관되어 있는 벌통이 아니다. 꿀벌이 꿀을 모으는 것은 꿀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중독된 것은 꿀을 먹고 싶은 벌통 주인뿐이다.


슬롯머신의 손잡이를 당기고 잠시 기다리면, 드럼이 돌아간다. 손잡이를 당기기 위해서는 동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손잡이를 당기기 위해 돈을 넣는 이유는 드럼이 매번 같은 결과를 내지 않고, 결과에 따라 이익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손해가 나지만, 단 한 번의 큰 이익을 내기 위해 계속해서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당긴다. 이 과정은 명확하고 단순하며, 수익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슬롯머신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UX 디자이너라면 막연하더라도 이러한 서비스 디자인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UX 디자인의 대부분의 이론과 케이스 스터디는 암묵적으로 사람을 존중하고 '윤리적인 디자인'을 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UX 매거진의 Marc Miquel은 'Dark UX: The Elements of The Video Gambling Experience'(링크)에서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 다루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박장에 가지 않고, 도박장에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중독자는 돈이 되지만, 어떤 그룹에서도 소수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인다거나 중독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비유라고 합리화할 수 있지만, 고객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합리화할 수 없다. 고객을 조작된 환경 안에서 회사의 이익에 걸맞은 방식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비윤리적이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구글의 모토인 Don't be Evil에 대해 비아냥 거리고, 페이스북의 Like를 비판한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서비스를 슬롯머신으로 만들기 전에, 왜 구글이 사악해지지 말자고 하고, 페이스북이 Dislike를 만들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은 윤리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객을 존중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성공하긴 했지만, 빠르게 사라졌다.




1회용이 되지 말자.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기획의 문제는 사용자와 제작자 모두에게 독이 된다. 이익을 최대화하기 중독성이 강한 서비스를 만들고,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되면, 많은 경쟁자를 불러오게 된다. 너도나도 슬롯머신을 만드는 세상의 결말을 우린 이미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가챠 방식의 부분 유료화는 큰 수익을 가져왔다. 그 결과 모바일 게임에서 창의성과 재미는 인디게임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재미는 확률이 되었다. 과도한 결제로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사용자가 늘어났다. 게임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요소는 수익과 확률이라는 잣대로 단순화되었다. 게임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으며 불과 몇 년만에 사용자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 게임이 유통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면서, 확률 방식의 게임은 재미가 아닌, 마케팅과 확률과 수익으로 점점 적어지는 사용자를 나눠먹고 있다. 


이것은 사용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게임 회사들은 빌딩 숲의 등대가 되었다. 꺼지지 않은 등대 안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과 프로세스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마른걸레 짜기가 이어지고, 희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독성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한 번의 기획으로 대박을 치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회로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성공한 서비스가 성공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중독성만 가져올 수도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그냥 어설픈 복제품일 뿐이다. 자랑스럽게 중독적인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하기 전에 무언가에 '중독'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대박 나는 일에 중독된 사람만 자극적이고 빠르게 흥분되는 소재만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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