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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2. 2015

리메이크

PAPER BOX_9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물 빛과 함께 잔상에 어른거리는 아스팔트

빗 방울이 끼어있던 부서진 도로에 있던 작은 풀잎 하나가

저녁을 밝히는 가게 조명을 태양삼아 우뚝하니 서 있다.


리메이크

                                                  J PARK

빗방울을 심는다.

토독토독, 땅을 파는 소리에

간드러지는 풀내음을 보이며

깨진 아스팔트 한 구석

민들레의 응원이 되어준다.


먹구름과

회색의 아스팔트가

빗방울로 섞인 담채화 세상에서


나른하게 퍼진 황록의 채색

물에 비친 하늘을 옆에 끼고

아스팔트 조각이 흙을 지탱해주는

사뿐한 뿌리 돋움이 시작되면


정생 할아버지 강아지똥도

선미누나 마당을 나온 암탉도

희나누나 달 샤베트도


조용한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을

민들레의 용기가 되어준다.


거름으로, 다져줌으로 빛으로

행복의 순환 재생의 향기

그 아름다운 소통이


오늘, 민들레의 새로운 꽃을

빗 방울에 맺히게 한다.

빛 방울에 맺힌다.


"깊지도, 빠르지도 않은 추적한 비가 피렌체의 땅을 더욱 화사하게 덮었다.

떨어지는 비조차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든다면

감성의 도시, 살아있는 피렌체다.-J PARK"


가끔 아스팔트 사이로 꾸역꾸역 자리 잡은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제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어디서 날아온 씨앗인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우린 알 수 없지만

그 자리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생명이 자랄 것입니다.


비의 원래 모양은 동그랗지 않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안

순수 따뜻함 위로 생명 슬픔

모든 감정들을 보자기로 감싸서 내려오거든요.

원래는 보자기처럼 얇고 네모난 모양이었답니다.

그리곤 마지막 빗 방울의 생명이 다할 때,

품어놓았던 감정을 톡! 터뜨리죠.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비란 존재는 사람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거 같습니다.

잠깐 잠깐 비가 왔던 오늘,

가을의 향기를 한 층 돋워 주었던 것 처럼요.


이 시에는 제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분들이 등장해요.

이제는 한국의 모든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 "강아지똥"을 쓰신 故권정생 할아버지.

영화로 더 친근해져 버린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쓰신 황선미 작가님.

뽀통령 다음을 이은 구름빵, "달 샤베트"를 쓰신 백희나 작가님까지

어린아이들의 마음과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 '순수'의 진짜 의미를 가르쳐주는

이 동화들로

저는 "민들레의 순수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민들레의 용기"가 되어 준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고요.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잃고 삽니다.

익숙한 것에 손이 가고

용기를 가진다는 것에 소심해집니다.

내일을 살아간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내일 자랄 희망을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당신의 민들레가 아스팔트를 더 이상 부서지지 않게 뿌리 돋움 할 것이고

그 민들레의 뿌리가 내일도 나의 희망들을 위해 살아가게 하지 않을까요?

참, 민들레가 순수합니다.


PS:전 동화작가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어떻게 어린아이의 감정까지 매료시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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