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5
떨어질 것만 같은 물방울은 가만히 그 모습을 유지하며 한 폭의 그림처럼 정지한다.
자작자작. 소리 나게 창문을 때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BGM_If You Wonder-Jeff Bernat
J PARK
하늘이 흘린
눈물을
우산으로 감싸 두며
어디론가 묻혀지는
작은 빗소리가
내 맘을 적신다.
어깨를 감싸 안으며
지난날의 우리 우정과
나누었던 대화를
빗방울 하나하나에
싣고 또 실으며
바람같이 흩어지는
추억들.
꼭 잊으려는 마음같이
우산 하나하나는
기억들이 되고
유난히도 차갑던 비를
한 우산으로 감싸며
그와 걷던 어느 날
내 추억은 이미
비 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번져만 간다
저는 시를 쓸 때, 마침표가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들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역할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조그마한 매개체.
이 시는 고등학생 2학년에 쓴 시에요. 당시 제가 좋아하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내린 비에, 저만 우산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한 우산을 나누어 쓰고 가고 있는 중이었죠.
그 친구가 비에 맞지 않기 위해 얼마나 가슴 졸이며 우산을 들고 있었는지,
그 친구 집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제 한쪽 어깨가 다 젖어있더군요.
친구로 지낸지 5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좋아한다는 말은 선뜻 못하겠고
비는 오고 그 친구가 비에 안 젖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리저리 섞인 생각들에 고백은 못하고
결국은 집만 바래다주었답니다 :)
5년이란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나눈 수많은 대화들을 생각하니까
문득 글을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는 탄생된 거랍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번져가는 마음"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
PS: 빗소리가 자작자작_ 너무 예쁘지 않나요?(개인적으로 맘에 들어서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