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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0. 2015

비오는 날의 수채화

PAPER BOX_5

부산 OO고등학교 창가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물방울은 가만히 그 모습을 유지하며 한 폭의 그림처럼 정지한다.

자작자작. 소리 나게 창문을 때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BGM_If You Wonder-Jeff Bernat



비 오는 날의 수채화

                                                                       J PARK

하늘이 흘린

눈물을

우산으로 감싸 두며

  

어디론가 묻혀지는

작은 빗소리가

내 맘을 적신다.


어깨를 감싸 안으며

지난날의 우리 우정과

나누었던 대화를


빗방울 하나하나에

싣고 또 실으며

바람같이 흩어지는

추억들.


꼭 잊으려는 마음같이

우산 하나하나는

기억들이 되고


유난히도 차갑던 비를

한 우산으로 감싸며

그와 걷던 어느 날


내 추억은 이미

비 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번져만 간다


저는 시를 쓸 때, 마침표가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들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역할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조그마한 매개체.


이 시는 고등학생 2학년에 쓴 시에요. 당시 제가 좋아하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내린 비에, 저만 우산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한 우산을 나누어 쓰고 가고 있는 중이었죠.

그 친구가 비에 맞지 않기 위해 얼마나 가슴 졸이며 우산을 들고 있었는지,

그 친구 집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제  한쪽 어깨가 다 젖어있더군요.

친구로 지낸지 5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좋아한다는 말은 선뜻 못하겠고

비는 오고 그 친구가 비에 안 젖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리저리 섞인 생각들고백은 못하고

결국은 집만 바래다주었답니다 :)

5년이란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나눈 수많은 대화들을 생각하니까

문득 글을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는 탄생된 거랍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번져가는 마음"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


PS: 빗소리가 자작자작_ 너무 예쁘지 않나요?(개인적으로 맘에 들어서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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