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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Oct 29. 2015

로망의 속임수

PAPER BOX_30

Cafe

당신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당신이 유난히 빛나 보이던 시간

20세기의 헤밍웨이를 기억하고

달리와 피카소에 몸을 맡기는 당신 생각.

BGM_청춘연가-넬


로망의 속임수

                                                            J PARK

난 당신을 속였어요.

꿈을 찾아 돌아다니는 젊은 날 늑대들의 모습

그 세상이 눈에 들어 온 순간,

난 당신에게 내가 당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제는 동물원에 갔어요.

한 낮에, 따뜻하고 세심한 태양이

나를 황홀하게 했지만

서울 한 복판에 거실을 둔 북극곰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순간순간에 희망을 실으며

쉴 곳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그날도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축 처진 지하의 미켈란젤로 조각상들.

덩굴처럼 얽힌 그 길을 지나면서


당신이 바라보던 파리 Les Deux Margots 카페

그 섬세한 눈길을 잊지 않을 것을

조심스레 다짐했어요.

그리고 알겠더라고요.

처음 보았던 눈빛 작열하던 태양

소동 1길의 작은 레코드판 가게

My Way가 흘러나올 때, 그

나의 마음을


"로망"이란 말은

Romence라는 말에서 음차(音借) 해 온 것입니다.

원래는 "낭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확장되어 "소망, 바람"등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어요.


낭만을 가진 남자, 그래서 바라는 것이 많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꿈을 찾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옛사람들의 지식을 찾는 것에 황홀을 느끼고

그것을 낭만으로 현 세대에서 소화하려고 하는 남자였어요.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죠.

그가 하는 것이면 뭐든 좋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너무나도 소중히 여겼던 그런 여자 말이에요.

둘은

서로의 MP3 목록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였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관계였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하면서

여자는 남자의 눈길이 가는 곳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순간들.

그가 웃음 짓는 순간들.

그가 바라보는 순간들.

그가 생각하는 순간들.


그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그가 눈길주는 것에 의미를 찾아 갑니다.


"난 당신을 속였어요."

참 많은 것을 말하는 문장입니다.

그의 시선을 관찰한 여자는

그가 사랑하여 눈길주는 그 무엇이

어떤 느낌인지를 깨닫습니다.

매번 책을 읽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에서

어느 부분에 힘을 주고 말하는지

거기서 그가 늘어놓는 많고 다양한 평가들.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요.

그리고 여자는 자신의 감정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속였다는 것을요.


지하의 미켈란젤로 조각상들이 의미하는 것은

지하철 퇴근길,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의 표정에서 나오는 하나하나의 고귀한 의미들."

파리의 Les Deux Margots라는 카페는

실제로 피카소, 헤밍웨이, 생텍쥐베리 등 다양한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들렀던 카페입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런 의미죠.


낭만이

소망이 되는 순간

그 소망하던 것이

바람이 되고

바라던 것은

로망이 되었죠.


음차해 온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뜻을 지니고 있는지,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을 기억합니다.

그녀의 로망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소동 1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프랭크 쉬나트라의 마이웨이를 들으며

새삼 그 가사의 흐름에 감동합니다.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나는 꽉 차있는 삶을 살았다네.

내가 여기저기 모든 길을 가 보았어.

그리고, 더욱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난 나의 길을 갔다는 거네."


PS: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And did it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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