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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Oct 28. 2015

지나네

PAPER BOX_29

베네치아 무라노 섬

한 소년이 지나간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한 발자국 되려나 싶어

나도 안테나에 기대고 그의 집에

"저 별은 너의 별"

BGM_닿을락 말락-타린


지나네

                                                     J PARK

지나네. 창가 먼지가 두껍게 쌓였다.

여행을 떠난지 2년이 순식간에 지났다.

마당 한 켠 안개꽃이 필 무렵

지나는 떠났다.


지나가네. 순간들이 안개 사라지듯

피고 지고를 반복하다 계절이 8번 바뀌었다.

지나에게 줄 책을 만들다,

나는 어느새 천문학자가 되어 있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지났네"

지나네 문패가 비에 젖어

물때가 끼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사랑의 밥차 봉사 가던 너의 발걸음이

아스팔트 구석구석에 사랑 때로 남아있다.


지나갔네

별빛에 물들은 밤같이 까만 눈동자--

오늘도 안개꽃 송이송이마다

별 떼어 붙이고

사랑 때 떼다 안개꽃 주변에 심는다.

오늘도 지나네

지나가네 지났네. 지나갔네


이웃에 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걸어가면 5분 남짓, 가까운 거리에 친구와 함께

오늘 하루를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또한 오늘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시에 나타난 이중적인 의미로 제 시를 풀어 쓰려고 합니다.

"지나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시 속의 화자가 보고 싶어 하는 대상

시 속의 화자가 느끼고 있는 감정


그리고

화자의 감정을 반복되는 시구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지나네_지나가네_지났네_지나갔네"

여기서 물때 묻은 지나네 문패는

'ㅆ'이 자연스레 묻어나와 '지나네'에서 '지났네'를 느끼는 화자의 심화된 감정을 의미합니다. 


안개꽃 자리를 대신하는 별들, 사랑 때들.

"사랑 때"라는 표현 역시

지났네와 비슷하게, 그리운 감정을 자연스레 대변하는 역할로 쓰고 싶었어요.

또한 친구가 떠난 하나의 '흔적'으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화자의 옆 집에 살던 친구가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안개꽃이 필 무렵, 모든 준비를 마친 그 친구는

언제 돌아오겠다는 기약 없이 장기간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5월에서 8월.

안개꽃이 개화하는 시기입니다.

떠난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안개꽃이 시들시들 해 질 무렵이 되었을 땐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그 기억들을

안개꽃 진 자리에 차곡 차곡 거름으로 만들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납니다.

안개꽃은 다시 필 준비를 마쳤고

아직 그 여행을 떠나는 친구의 모습이 생생한 만큼

기억을 거름 삼아 새로운 안개꽃들이 활개 하겠죠.


거름을 준비하는 시기,

그때에 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속삭이듯, 그렇게 "두개의 작은 별"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날 밤. 화자는 저도 모르게 소년과 같이 한 소절에 감정을 맡깁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밤같이 까만 눈동자-"


오랜 친구는 당신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아무  말없이 걸을 때에 어색함보단 편안함이 느껴지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엔 뻔한 위로도 힘이 되어주고

아픈 일이 있을 때엔

때론 왜 아픈지 물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없이 다독여 주는,

아픈 곳이 있다는 걸 아니까

더 이상 생각나지 않게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이런 친구와 오랜 시간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말없는 웃음을 짓게 합니다.


천문학자는 말합니다.

"난 평생 밤 하늘에 별을 셌지_천문학자-11:30"

그럼 전 오늘은 친구를 세어 보아야겠어요.

별이나 친구나, 안개꽃이나

언제든 그이를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PS: 지나가 돌아 올 무렵을 기다리며, 오늘도 지나 보냅니다.

그리고, 나의 친구가 되어줘서 항상 고맙다고, 깨톡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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