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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Feb 25. 2016

1년 366일

PAPER BOX_49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에서

하늘이 같음을 공유한다.

시차는 있을지 몰라도

한 지구 아래

흘러가는 하늘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하늘을 나눈다.

BGM_Be Honest(Feat. Inara George)-Jason Mraz


1년 366일


영하의 온도

오래도록 간직되어 오던 삼한사온의 법칙을 깨고

대기의 흐름이 조금은 달라진

오늘, 한가로운 오후


택배 아저씨의

문두드림 소리에

조그마한 커피잔을 놓고

현관으로 향했다.


"4년 동안 당신의 삶에 가장 소중했던 것."


예쁘게 포장된 상자 겉에

눈에 확 들어올 만한 따스한 문체로

작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궁금함에

받는 이의 이름이

나였다는 것도 확인치 않고

포장이 상하지 않게끔,

살포시

두근거림으로 포장을 뜯었다.


종이 보자기에 싸여 있는

그동안 모여있던

세상의 공기 한 줌


터놓지 못했던

이야기 한 알


'사용'

이라는 문구 대신에

'낭비'

상표가 붙은

시간 한 병.


그리고

이것들이 정성스레

한 번 더 쌓여있던

포장지를 본다.


"당신에게 하루를 선물합니다."


365일.

순환의 흐름을 깨고,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는 듯

1일. 하루의 시간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원숭이도 후회스러운 순간이 있었을까.

때로는 낭비한 시간도 있었겠고

사랑하는 순간보다

탓하는 순간이 많았을 지도 모른다.


그저

윤달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하루쯤은 그것들을 돌아보고

때론 회상하며

사랑하며 쓰라고,


아무도 묻지 않을

365일의 외적 영역

우주가 조그맣게 놓고 간

4년간의

우리가 흘려보냈을 간간을


고이, 한 방울도 새지 않게

모아두어, 24시간의 행복으로

포장했음을


366일의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사랑할 자신이 있게

한껏 모인 에너지는 말한다.


"4년 동안 당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하루'를 드립니다."



올해, 2016년은

윤달이 있는  해입니다.

(윤달이란: 한국에서는 달력을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을 표시합니다. 음력에서는 19년마다 7번, 5년마다  2번가량으로 한 달을 더해 윤달을 만들고, 양력으론 4년을 주기로 2월에 하루를 더한 29일을 만듭니다. [음력에서는 윤달이 2년 ~ 3년마다 한 번씩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인간들이 정해 놓은 숫자, 365일

하루가 너무나도 자연스레 더해지는

4년간의 응집된 에너지,

2월의 마지막 날

하루가 더 생기는 날이지요.


꼭 흐름에 맞지는 않은 날입니다.

다만, 그 하루도

4년이라는 주기를 가지고 찾아오기에

다시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죠.


저는 그 하루를

4년에 한 번씩

우주로부터 온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4년간

남에게 조금은 부족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날이 있기도 했고

참으로 불공평했던 때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잊고 싶은 날이 있었는가 하면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날이 있기도 했죠.

흘러가는 시간, 간혹 의미 없게 보내기도 했었고,

시간이 없어 부족한 날이 있기도 했었고요.


그런 시간들을

조금조금씩 모아

4년마다 한 번 씩

윤달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라는 선물을 주는 겁니다.

낭비한 시간

되돌리기엔 조금 부족했던 시간

그랬던 날들을

만회할 수 있는 날으로요.


그리고, 또 신기한 건

우리의 기억

행복했던 순간들 보다는

미안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더 많이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4년마다 돌아올

366일의 시간을

그것들을 위해 쓰란 듯이 말이에요.


우주로부터 온 택배 한 상자.

우리가 의도치는 않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택배를 일일이 보내 준

우주한테도 고맙다는 표현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또 한 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PS : 여러분들의 366일에도 이번 2016년도 만큼은 조금은 다르게 쓰이길 바랍니다. 이왕 하루 더 생긴 거 조금 의미 있고, 따뜻하게 보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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