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48
야, 비디오 빌렸는데 택이방 올꺼지?
뭐 빌렸는데?
영웅본색 빌려놨지.
새끼. 알았어 금방갈께.
BGM_혜화동 (혹은 쌍문동)-박보람
마 내일 출발한댓제
챙길 건 다 챙깄나
위에는 아직 눈내린다카네
단두리 똑띠 하고
밥 맛없어도 꼭꼭 챙기먹어라
전화 가능하면 짬짬이 연락 주고
별 말 안 한다
건강히 갔다 온나
부산역을 보내는 새벽
또 하나의 세상을 향해
차가운 바람, 까까머리로 맞이한다.
니캉 내캉
얼굴 보고 산지 벌써 10년도 더 됬제
그 일 년 몇 개월 안 볼 낀데
마이 섭섭하네
내가 맨 꼬바링께로
편지 한 통씩 가끔 넣어주꾸마
후발대 나도 들가면
느그도 편지 한 통씩 해줄꺼라 믿는 다잉
하나 둘 가면 갈수록
빈자리가 커진다.
가끔 모여 싫없이 뱉어댔던 농담에
웃음소리가 희미해질 수록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가나 이제
휴가 나오면 바로 연락해라
돈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말하고
나오자마자
내가 니 제일 처음으로 반겨줄 거다 알았나
가제잉 건강하고.
말에는 가슴이 담긴다.
그리하여 말 한마디에도 체온이 있는 법이다.
이 냉랭한 악플의 세상에
그나마 살만 하도록 삶의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건
잘난 명언, 유식한 촌철살인도 아닌
당신의 투박한 체온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다.
-응답하라 1988 중에서-
"냉랭한 악플의 세상"
참 와 닿는 표현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꼭 챙겨보게 되는데
이번엔 제가 많이 뒷북을 치네요..ㅎㅎ
차가운 계절만큼 차가워진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래도 친구가 있어 위로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활기를 얻고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 기쁩니다.
이렇게 이십 대의 한 해가 벌써 9달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살, 이십 대가 시작된지 1년 2달 보름이 지났고요.
그리고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들, 부랄친구들이
이제 하나 둘 군대로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던 20살이 시작되고
가려면 아득했던 군대 라이프는 한걸음 밖에 남지 않게 되었네요.
머리 깎고 기차를 나선 친구들의 모습이
참, 마음이 서먹서먹하게 혼자 설칩니다.
하나씩 이사를 가기 시작하더니
얼굴 보기가 조금씩 어려워졌고
대학생활을 하면서부터
전보다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고
여자친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것들이 여자친구들 보기에 바쁩니다.
군대 갈 날 고작 며칠 남겨두고
우리 모여있던 근처 동네로 와서
얼굴 보여주고, 머리 깎은 모습과 함께
중학교 때 그 까까머리가 그리워지는 추억 가득 들고
떠난답니다.
가는 친구에게 얼굴 보며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 할 말들, 남정네들 참 바보같이
잘 가란 말, 시답잖은 농담 몇 개 꺼내며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글로 뒷북을 치네요.
오늘은
나의 친구들
그리고
여러분의 군대 가는 친구들을 위해
시를 씁니다.
잘 가라는 말 대신에
다시 한 번, 건강히 지내라는 말
하며 이만 줄입니다.
PS : 응팔보다 생각난 거지만, 우리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생각하게 됩니다.
근데 잘 찾아보면, 이런 친구 하나쯤은 있잖아요 우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