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환 작가 <오퍼튜니티> @원앤제이 갤러리 & 정희승 사진작가
* 유튜브 영상의 스크립트입니다.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30tBPQJZ8A
안녕하세요. 내가 사랑한 미술관입니다.
올여름이 시작될 무렵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린 권경환 작가의 개인전 <오퍼튜니티>는 제게 조금 난해한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에 비치되어있던 전시장 지도와 작가노트만으로는 작품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상에서 이 전시를 다루게 된 까닭은 작가노트가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나사에서 쏘아 올린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는 예상 탐사 기간인 90일을 훨씬 넘는 15년동안 화성을 탐사하며 사진과 영상을 지구로 보내왔는데요. 그러던 2018년 여름, 더 이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고, 1,000번이 넘는 신호에도 응답이 없자 2019년 2월, 나사는 그의 임무가 완료되었다고 발표합니다.
권경환 작가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가 보내온 사진과 영상 너머에 있는 탐사 로봇의 삶을 상상합니다. '돌아오는 여정은 애초부터 없었을 그 여행에서 그는 자신을 완전하게 소진시키며 다시 걷고 걸었을 것이라거나, 어쩌면 그에게 어떤 동반자가 있었을 것이라거나, 그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송신을 그만두고어디론가 가버렸을지 모른다'는 낭만적인 상상을 합니다. 그러면서 '가늠조차 되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신비로운 그의 존재가 사실은 로봇에 불과하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선택하여 믿고, 그것으로 어떻게 삶을 구성해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아 이번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요. 오퍼튜니티를 그저 그런 기계로 보는 사람과 그 기계에 생각과 감정을 이입해 그의 삶을 상상해보는 사람의 인생은 아주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삶의 모든 면에서 크고 작은 차이를 만들고 이는 예술 작품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경환 작가는 예술 작품이 지니는 가치 역시 ‘예술 그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믿음과 사회가 갖고 있는 관계, 그 관계를 통해 개인이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것들로부터 생성’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예술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작품을 통해 상상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작품이 지닌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경환 작가의 발언에 공감했는데요.
이 작품들은 정희승 작가의 사진 작업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성냥갑이나 쇼핑백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찍은, 특별할 것 없는 사진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이 작가가 부여한 질서 안에서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제 경우는 이 사진들을 보며 우아, 고요, 균형 같은 단어를 떠올렸는데요. 저도 작품 속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희승 작가의 작품엔 제가 동경하는 삶의 면면이 담겨있었습니다.
다시 권경환 작가의 문장으로 돌아가볼까요?
‘무엇을 선택하여 믿고, 그것으로 어떻게 삶을 구성해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저는 예술가의 글을 통해 탐사로봇의 삶을 상상하고 예술 작품에서 평소 동경하던 단어들을 발견할 때 제 삶이 한결 풍성해진다고 느낍니다. 이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지닌 힘을 믿기 때문일텐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예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이번 영상이 예술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나 생각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