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 많은 기업들이 있어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으면서 J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렸는데요
그 시절 만났던 P와의 만남도 생각이 나서 오늘은 P양과의 만남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아직 삼성SDS에 재직하던 시기였던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한창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만났던 P 역시 SW분야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곧 졸업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주변에 IT분야 특히 SW분야에 재직하고 있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P는 건너 건너 저에 대하여 듣고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다보니 학교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틈날때마다 사람인, 잡코리아 사이트를 접속해서 그곳에 올라오는 수많은 기업과 채용공고만 보고 있다는 그녀는 수없이 많은 회사들 중 어떤 회사를 가야 할지 몰라 오늘도 머리속이 복잡하다고 했습니다.
"채용공고를 올린 A 회사가 저와 잘 맞는 곳일까요? 회사를 볼땐 어떤걸 봐야 하죠? 기업의 매출액, 직원수, 사람들의 평가 정보를 보고 있는데요.." 라고 생기 발랄한 눈으로 저를 보며 물어왔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기업과 내가 모르는 기업 두회사가 존재할 뿐인데, 아쉽게도 내가 아는 기업은 모르는 기업과 비교하면 그 수가 엄청 적거든요. 누구나 그렇습니다. SW취업커뮤니케이터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시간 날때마다 채용공고를 뒤져보면서 분석하다보면 정말 세상에는 모르는 많은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기업들이 때로는 의외로 괜찮은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곤 합니다.
저는 당시 P에게 제가 갖고 있는 기업을 고르는(?) 기준을 알려주었는데, 그 기준은 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누군가와 잘 맞는 기업을 찾아'야 하는 문제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럼 보통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볼때 어떤것을 주로 볼까요?
인크루트 2018년 자료
2018년도에 발표된 자료만 보더라도 '직무' 이외에 다양한 관점으로 회사를 고르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자료는 전체 채용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인 만큼, SW라고 하는 산업과 직무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많은 관점으로 회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지금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초고속으로 진화하고 있는 SW분야의 시대 라면 더더욱 회사를 고르기 위해서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듯 싶습니다.
나와 잘 맞는 기업을 찾고자 하는 경우, 더 나아가 입사해야 하는 회사를 골라야 하는 경우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조건과 [내가 조절 할 수 없는] 조건을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조건은 다시 말해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사와 집 사이의 거리 입니다. 사회 초년기에서 가장 좋은 출퇴근 조건은 내가 주거비를 부담하지 않거나 조금만 부담해야 하는 곳에서 회사로 출퇴근 하는 것입니다. 가령 회사와 집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 경우 이사와 거주지를 골라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인 손익을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비 수도권 대비 수도권에 SW기업들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만큼, 비 수도권인 경우 일반적으로 거주지를 수도권으로 옮겨 오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대비용 (거주비, 생활비 등) 발생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다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출퇴근 교통편 입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정적인 이유로 세종시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 하는 분이 계십니다. 물론 KTX 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대비 출퇴근 시간은 적게 걸리지만, 이른아침 출근하고 야근이나 회식후에 귀가하면 얼마 잠도 못자고 다시 출근해야만 하는 사실에 엄청 힘들어 하시는 모습과 더불어 '이직' 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만 해도 주거지역과 회사가 많은 상업지역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출퇴근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저녁 뉴스에도 종종 나올 정도로 매우 빽빽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더라도 하루 왕복 2시간 이상을 출퇴근 시간 흔들리는 교통수단에 서서 힘들게 보내게 되면 회사가 아무리 좋더라도 매일 만성피로를 안고 어느 순간에는 이직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듯 나의 노력여하로 바꿀수 없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스스로 마음 먹기에 따라, 생각하기에 따라 좋지 않다고 느껴졌던것들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이것'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몇가지 기준만 가지고 회사를 바라보면 좋습니다.
여기에 제가 P에게 이야기 해준 신입으로 입사하기에 좋은 기업은
1 . 회사의 분위기가 좋을것
2 . 업무를 통해 배울 수 있는게 있고, 기업 차원에서 교육지원이 있는 곳
3 . 퇴직금 제도가 명문화 되어 있는 곳 (아직도 그렇지 않는 회사들이 간혹 있어요 ㅠㅠ)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도 처음 입사한 작은 벤처기업을 선택했던 이유가 비록 기업의 규모는 작지만 환한 사무실 분위기와 임직원들의 생기가 도는 눈빛, 그리고 번듯하게(?) 모든 사람들이 입고 있던 정장에서 좋은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이후에 정장이라는 옷차림이 얼마나 불편한 옷차림인지 깨닫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회사라도 자신과 잘 맞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입사해서 일을 해보는것 뿐이라는 사실이며, 우리는 모든 회사를 경험해볼 수 없기에 입사할 회사를 고르는데 고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회사 고르는 기준' 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더운 2024년의 여름이 지나고 쌀쌀해지는 지금 P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자신과 잘 맞는 회사에 다니고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