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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Dec 25. 2016

도쿄, 프랭크 게리와의 재회

 @21_21 design sight, Tokyo


@Tokyo Midtown, Tokyo

21_21 디자인 사이트(21_21 design sight)와 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에 운 좋게도 보고 싶은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중 하루 일정은 미술관을 가는 날로 잡았다. 롯폰기 역을 중심으로 북쪽엔 도쿄 미드타운, 남쪽엔 롯폰기 힐즈가 있다. 롯폰기 역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도쿄 미드타운에 먼저 들렀다.


선선한 아침 공기 그득한 한적한 공원.
나를 설레게 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전에 도쿄 미드타운에 갔을 때에는 낮 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었다.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여러 아이들과 몇 마리 강아지가 첨벙 대며 놀고 있었다. 그 한 구석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친구를 기다렸던 기억. 평일 오전에 겨울이라 한적한 이 곳에 엄청난 포스터가 곳곳에 걸려있다.


무려, 프랭크 게리(Frank Gehry).


@21_21 Design Sight, Tokyo

산업디자인과가 뭘 가르치고, 졸업을 하면 어떤 직업들을 가질 수 있는지도 잘 몰랐던 1학년 1학기 때, 어떤 계기였는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보게 되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MIT 스타타 센터. 말 그대로 비주얼 쇼크였고 해체주의가 무엇인가 찾아보게 되었다.  정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과감하게 찢어지면서 짜임새 있게 붙어있는 조각들.


도쿄에 도착한 날, H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정말 잘 왔다고, 때마침 미드타운에서 프랭크 게리 전시를 하고 있고 오모테산도 루이뷔통 갤러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 운이 좋았다.


하나하나 꼼꼼히 보려고 하니 시간이 꽤 걸리겠다 싶었다. 고심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종이, 은박지, 나무 조각, 아크릴 판 등으로 만든 가 목업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스케치부터 다 볼 수 있어 진심으로 신이 났다.


두 번째 전시실로 이동하자 전면에 보이는 사진이다. 프랭크 게리와 그의 건축사무소 직원들이 일하는 작업실이겠지- 생각하고 보니 왠지 모를 부러움이 밀려왔다. 저런 환경에서 일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다양한 소재로 만들었다. 헝겊을 뭉쳐 쌓기도 하고, 얇은 아크릴판을 쌓아 올리기도 하고, 작은 금속 조각을 뭉쳐 올리기도 하고. 저런 고민들을 쌓았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전부 남겨놓았다는 점이 감동스럽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 아쉬운 마음이다.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전시장 내부 흰 벽을 제외하고는 전부 노출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다. 익스테리어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노출 콘크리트는 어느새 흔하디 흔한 것이 되었고, 이보다 더하게 철골구조와 흙 따위도 민낯을 드러내는 인테리어도 자주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내가 막연하게 동경하는 직업 중 하나가 건축가다. 어떻게 보면 건축에 관심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미대를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노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직한 이 곳은 다시 찾아도 역시나 좋다.


한참을 기웃거리게 되던 곳.

디자인 관련 서적은 홍대 집을 떠날 때 거의 다 팔아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깟 무게와 부피가 뭐라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이상하게 아쉽지가 않았다. 중고서적을 통해 구입한 누군가가 잘 보고 있으려나. 한참을 그가 만든 건물 사진이 담긴 책들을 뒤적였다. 역시 전시회는 평일에 보는 게 제일 좋다. 배려해야 할 주변 사람도 없다.


햇살 좋은 도쿄 미드타운.

점심때의 도쿄 미드타운은 참 한적하다. 햇살이 좋고 유치원생 무리가 선생님을 따라 손을 잡고 지나갔다. 어린아이들은 다 귀엽지만 추운 겨울 반바지를 입고 고무줄 달린 모자를 쓴 일본 어린아이들은 유독 더 앙증맞은 느낌이다. 그와 더불어 드는 생각은, 애들 무릎 안 춥나.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 프랭크 게리 전시회가 있어 시기를 맞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모테산도의 루이뷔통 매장 맨 위층에 위치한 갤러리에 프랑크 게리 전시가 또 있었다. 파리에 위치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이 있는데, 이 것이 프랭크 게리의 작품. 왜 난 파리에 갔을 때 그곳을 들리지 않았는가!



@Espace Louis Vuitton, Omoto-sando

정확한 전시회 명칭은 'Fondation louis Vuitton'.

천정이 높고 채광이 정말 좋다. 무색무취의 공간.


거친 스케치에서도 완성작이 보인다.
갤러리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스크린 속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영상이 꽤 멋지다. 종이 위의 습작들과 종이로, 나무로 만든 가 목업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괜찮았다. 오모테산도 루이뷔통 7층 이 곳 갤러리는 오모테산도 힐즈 오는 김에, 블루보틀 커피 마시러 오는 김에 한 번쯤 들릴만 한 곳 같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꼭 이 곳에 들려야겠다.

실제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으나, 형태나 소재를 봐서는 날씨 따라 매우 다른 얼굴일 것 같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꼭 들려야지.


친절한 큐레이터 덕분에 짧지만 즐거웠던 관람.

큐레이터가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혹시 도쿄 미드타운에서 프랭크 게리 전시회가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자 매우 환하게 웃으며 정말 좋지 않냐고 하는데, 업무적 응대가 아니라 직접 가서 보고 좋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왠지 반가운 느낌. 올봄에 갈 곳은 박물관도 미술관도 더 많으니까, 미리미리 체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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