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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Oct 07. 2019

2019년, 어떤 날

새장속의 새     

** 지상낙원(파라다이스), 반얀트리 - 앨범사진 타이틀 이미지  ** 

** 이 글은  내가10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기 전 어느날 문득 머리속에 그려진 [새장속의 새] 라는 이야기이다

그 때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브런치 작가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이야기이다.  퇴사 후 100 일 만에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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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자꾸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나의 보금자리인 새장은 집안 발코니에 달려있다.  

주인이라 불리는 그는 나에게 넘치는 관심을 보여준다. 

물도 주고 먹이가 떨어지기 전에 먹이통을 채워준다. 

가끔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면, 난 노래가 아니라 그냥 말을 하면 된다.  박수도 받고 잘한다 칭찬도 해준다. 

내가 그냥 혼잣말로 이야기를 하면, 짜증을 내는 날도 있다. 조용히 하라고! 


나의 일상은 큰 변화는 없다. 

시. 분, 초 라는 시간관념은 없지만, 밤낮의 구분을 안다.

시원한 바람(에어콘바람)이 느껴지는 여름과 따뜻하지만 건조한 공기(보일러공기)가 있는 겨울을 안다. 

밤낮과 기온이 다른 계절이 여러번 왔다가 가고 다시 왔다. 


 "잘잤니?" " 퇴근하고 보자"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였단다" " 도대체 팀장은 나에게 왜 그러는걸까" 

하는 숱한 그의 질문과 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떨어지기 전에 채워주던 먹이와 물도 하루, 이틀정도 빈그릇으로도 있기 시작했다.  

어느날 밤 핸드폰에게 그가 말한다 

....." 새장문을 열어둘까봐.. 날라가도록!".....

갑자기 서운함에 목소리가 매여서 소리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두려움이 몰려온다. 

보이고 듣고 느끼는 이 발코니 세상!  

내가 아는 전부이다.  

여기를 떠나야 한다면,  나는... 살수 있을까?  

다시 서운함이 느껴지고, 아무 잘못이 없는 나를 내보내려고 하는 그가 원망스러워졌다. 


그 날 저녁, 먹이와 물을 주고 그는 새장문을 활짝 열어두고 발코니를 떠났다. 

문 닫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느낌적으로 한두번 고민하는것 같았으나, 새장문을 열고, 발코니의 창문도 열어두고 가버렸다.  

사람에게 느껴진 서운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두려움은 호기심과 함께 나를 찾아왔고, 이미 살짝살짝 문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리와 함께 얼굴을 새장밖으로 밀어내본다.  

느낌이 싸늘하다. 

냉큼 새장안으로,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매일 닫혀있던 문이 열려있으니 잠을 잘 수가 없다. 

호기심은 궁금함까지 동반하여 다시 강하게 찾아왔다. 

어느새 나는 새장밖 표면에 나와있다. 

   

오,,,,,,,,,, 마이 갓!  스스로에게 놀란다.  

새장문을 나와서 발코니 창문을 통해 어둑어둑해진 공원까지 날라왔다.  

창문을 지나 무작정 날개짓을 했다.

내가 날고 있다. 

지름 45cm의 새장안을 나르던 내가 예측도 불가할 정도의 이 큰 공원의 나무위를 날고 있다. 

신선한 바람이  "행복하다" 라고 나온다

조금 피로가 느껴졌을 떄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에 앉았다. 

건너편으로 텅빈 새장, 나의 보금자리가 보인다.  

하늘위에는 매가 날라다닐 수도 있고, 이 나무를 뱀이 타고 올라올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 먹을 먹이와 물은 어떻게 구해야 하나. 

호기심과 궁금함은 사라지고 급 두려움이 나타났다. 


낮과 밤이 꽤 여러번 지나갔다.  

새장문과 발코니 창문은 계속 열려있다. 

새장안의 먹이와 물은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그래도 계속 제공해준다. 

'새장문을 열 것인가? 다시 닫을 것인가 ?' 하는 그의 생각과 결정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에겐 아직도 이 새장안이 세상 제일 따뜻하고, 매도 뱀도 없는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언제가는 끝나겠지만,  한동안은 먹이와 물도 제공된다는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정을 하려고 한다. 더 늦기전에 결정을 해야만 한다.

아직은 공원 보금자리에서의 모든 생활이 서툴고 힘들것을 잘 알고 있다. 

매일 쉽게 먹었던 먹이 또한 스스로 잡아야 한다. 

먹이가 없는 날도  있을것이다. 

새롭고 낯선 모든 것들을 맞이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 진심으로 진심으로 지금 이 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 '는 생각이 강해진다. 


새장문을 나와서 마지막으로 보금자리였던 발코니를 여러번 맴돌았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먹이와 물을 준 고마움을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그가 좋아하던 진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는데..


공원 보금자리에서 낮과 밤이 100번 변했다. 

100일이 지났다는 것이다. 

몰라도 되었던 "시간"을 배웠다.  

비가 온다.  

그 때는 절대로 몰랐던 비오는 소리, 비내음, 그리고 비가 주는 싸늘함의 기온을 배운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의 전쟁이다.  

오늘은 비가 그치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 만들어진 공원에 가보려고 한다.

맘이 급해진다.

일상을 위한 새로움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서기획을 위해서 사용했던 데이터, 정보도 물론이요,  좀더 정확하고 실용화 가능한 정보( 빨리, 안전하게 다다르는 길, 방법, 공원의 다양한 정보 등 )을 모아서 익혀야 한다. 


어제의 보금자리였던 45cm 지름 새장속의 새가 아니다.

내일의 보금자리가 될 크기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속의 새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또 그 다음날도

매일매일 시간을 분배하며 새로움을 배운다. 

더이상 돌고도는 버텨내는 하루가 아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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