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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May 26. 2020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것...

은희경 님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읽고

  책을 다 읽고 표지 위의 제목이 눈에 보인다. 

제목을 계속 중얼거린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외 총 6편의 글이 실려있는 이 책은 13년 전에 은희경 작가님이 낸 소설집을 새롭게 재단장해 펴낸 책이다. 출판사 측은 [리마스터판]이라고 부른다. 


  역시 은희경 작가의 소설책은 계속 읽게 하는 매력을 제공한다. 처음 읽을 때는 내용이 재미있고, 결과가 궁금하다. 계속 페이지를 넘긴다. 그런데 한 편의 소설이 끝나고 마지막 페이지가 보이면, 느낌이 멍하고 허하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재미있게 읽은 시간이 분명했는데, 그 내용 속에서 간간히 얽혀있는 '나'를 느낀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다시 읽었던 앞장을 펼치고 문장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 6편의 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이렇게 읽히게 된다. 그중 처음부터 가장 압도당하고, 책장을 여러 번 펼치게 한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중심으로 책을 읽은 감상을 남겨보려고 한다.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와의 어릴 적 식당에서의 식사 기억!  스스로 뚱뚱한 자신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너무나도 과학적인 다이어트 논리와 실천으로 시작된다. 다이어트와 평생을 함께 하는 나에겐 이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해 보인다. 내가 왜 그토록 다이어트가 힘들었는지.. 1초도 안 걸리고 설득당한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것은 몸속에 장착된 수백만 년이나 된 생존본능 시스템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철저히 지방을 모아 저장하는 돌도끼 시대의 시스템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미와 건강의 기준은 몸속의 지방을 남김없이 태워 없애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원시적 육체와 현대적 문화 사이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내용 중에서            
           

"나쁜 게 왜 그렇게 입맛에 딱 맞는 거냐면, 네 몸이 지방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이백만 년 전 원시인의 몸이라서 그래".. 문장 중에서 


그는 몸속 타자를 "원시인"이라고 부른다. 다이어트 과정 중에 스스로 동물적 존재라고 우기는 본능에 맞서 적의를 표하는 이 문장에서 잠시 멈춘다. 

이런 상황 설정이 어디 다이어트에만 적용될까? 무수히도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 -그가 원시인이라 부르는 본능- 에 적의를 느끼고 힘들어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와 둘이 생활하며 성인이 된 그는 살을 빼기로 결심한다. 약 6주간 탄수화물에는 아예 입도 대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어릴 적 식당에서만 몇 번 만났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몸에서 최고로 신분이 높은 뇌를 분노하게 할 만큼 철저하게 진행하던 그의 다이어트는 어렸을 적 그의 뚱뚱한 모습만을 기억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탄수화물 풍부한 [국밥]을 먹으면서 멈춘다.


   피나게 다이어트를 하던 그의 목표는 정말 무엇이었을까? 처음 읽다 보면 누구나 생각하는 다이어트 목표에서 시작한 것 같았지만 그에겐 잊히지 않는 2개의 그림이 있다.  너무나도 다른 듯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 속에 그는 아름답게 남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나 보다. 

그 소망을 위하여 상대방에게는 아무런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힘든, 피나는 실천( 다이어트)을 자신만 하면 되는 방법으로 그 소망을 가져본 것은 아닐까! 


  그 소망이 무너지던 그 장례식장에서 그가 비너스를 보며 이야기 한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이 문장! 


비너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고 
 

 책을 다 읽고 표지 위의 제목이 눈에 보인다. 

제목을 계속 중얼거린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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