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사랑앓이와 술
'오늘은 [술]을 마셔야겠다', 맘 답답한 Y는 다짐을 한다.
"수고했어요" 교수님이 수업 종료를 알리자마자, Y는 친구 A양과 B 양에게 달려간다.
"수업 더 없지? 오늘 00 주점 가자. 나 할 말 있어"
강의실을 나가려고 할 때, C군과 D군이 묻는다.
"어디가? 또 술 마시러 가지?" Y는 끄덕인다. "너도 갈래? 가자. 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처음 계획한 2-3명의 술자리는 5-6명의 동기들과 술집 가는 길에 만난 선배 1-2명이 합석을 하게 된다.
처음 몇 잔의 술잔이 오고 간다.
Y 가 '오늘은 [술]을 마셔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이유는 사라진다.
술내음이 Y의 입속에서 무르익어갈 때쯤, 친구 A 양이 Y에게 먼저 속 깊은 말을 한다.
"나 헤어지기로 했어. 벌써 5일 지났어. 연락도 안 해"라고 하더니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는다.
A는 술을 잘 못 마신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들을 술을 빌려 중얼거린다.
술을 잘 못한다는 것은 좋은 점도 있다. 내일이면 A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Y는 A에게 지금 들은 말들을 다신 묻지 않아도 된다.
옆에 앉아있던 B 양이 껴든다.
" 잘했어. 잘 헤어졌어. 내가 그놈 첨부터 알아봤어 "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든 A에게 B는 콸콸 넘치도록 맥주를 따라주면서 말한다.
" 마셔라. 부어라. 그리고 잊어버려 "
진정 그 날 A 가 잃어버린 건 어디다 흘렸는지 모르는 카디건뿐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깨달았을까!
심장의 설렘이 너무나도 크게 들리던 날에도 술을 마주 했고, 이별 후 세상 가장 슬픈 주인공이 되어서도 술을 만나기를 원했다. 남자 친구와 아무 일도 아닌 일이었지만, 5분간의 육두문자로 대화 전쟁을 끝내고도 바로 술을 찾았다. Y도, A도, B 도 왠지 사랑앓이는 늘 기를 쓰며 술을 마신 후에야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세월은 흐른다.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잊어버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Y도, A도, B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술]의 힘을 빌려, 한때는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의 이름, 얼굴을 모두 잊고 싶어 하던 A도, 잊기 위해서 그 많은 술잔을 마시고, 정수리 위에 털기를 반복하는 바보 같은 행동을 했던 B도, 이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Y도 변했다. 술을 마신 후의 숙취를 알기에 늘 적당하게 술자리를 마무리를 한다. 변함이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Y는 마지막 술자리까지는 늘 함께 한다.
오늘도 마지막 술자리의 빈 술병과 술잔을 보며 Y는 엉덩이를 일으킨다.
스스로도 모르게 질문을 던진다.
'술, 너는 얼마나 많이 나에 대한 속마음을 기억하고 있니?'
'술, 내가 말했지만 난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너는 얼마나 알고 있니?'
'술, 너는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 것 같니?'
보통 마시던 양보다 술을 많이 마신 걸까? 오늘은 취한 걸까? Y는 생각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속삭이듯 질문을 한다.
"마셔라. 부어라. 그러면 잊혀질까? "
[ 술의 독백 ]
Y ~
오늘도 또 같은 질문이네.
마시고 부어도 잊지 못하고.
그래서
나도 늘 똑같이 물어보는거야.
"마셔라. 부어라. 그러면 잊혀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