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산문집 / 달 출판사 / 79
우리 삶의 절정을 꽃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화려한 꽃을 피워내거나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다만 욕심이 앞선 나머지 제 정원에서 꽃을 키워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정원을 염탐하거나 기웃거리면서 손쉽게 꽃을 손에 넣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정원을 가꾸는 과정과 즐거움을 아예 건너뛰려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정원에서 자란 꽃을 꺾어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놓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야 마땅하다.
'다른 사람의 정원에 핀 꽃이 과연 내 꽃이 될 수 있을까?'
◎ 한 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산문집 / 달 출판사 / 80
그런데도 우린 누군가에 쫓기듯 만개한 꽃을 찾아 평생 산과 들을 헤맨다. 멍하니 허공을 더듬는다. 더러는 타인의 정원에 침범해 그곳을 무참히 짓밟기도 한다. '나'라는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는 데 서툰게 사실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화사해도 남의 마당에 피어난 꽃은 내 꽃이 될 수 없다. 내 꽃은, 내 안에서 밖으로 돋아난다.
◎ 한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산문집 / 달 출판사 / 92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