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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Jan 12. 2021

08.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190


내가 여기서 말하는 '강인한 마음' 이란 실생활 수준에서의 실질적인 강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생활에서 나는 지극히 보통의 인간입니다. 

별것 아닌 일에 상처 받기도 하고, 거꾸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놓고 나중 끙끙거리며 후회하기도 합니다. 

유혹에는 쉽게 넘어가고 따분한 의무에서는 되도록 눈을 돌리려고 합니다. 

사소한 일에 일일이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방심하다가 중요한 것을 깜빡 놓치기도 합니다. 

되도록 변명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때로는 무심코 입 밖에 내뱉기도 합니다. 

오늘은 술은 거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틈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십니다. 

그런저런 점은 세간의 보통 사람과 거의 똑같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아니 어쩌면 평균보다 밑도는 수준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을 쓴다는 작업에 관해서 말한다면 나는 하루에 다섯 시간쯤 책상을 마주하고 상당히 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의 강함은 - 적어도 그 많은 부분은, 이라는 말인데 - 내 안에 천성적으로 갖취진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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