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일 / 재수 x 오은 그림 시집 / 창비 / 164 , 166
<네가 떠나고>
나는 한동안
후회하는 사람이었다.
그 말을 해서
그 말을 하지 않아서
매일 아침 머리를 쥐어뜯으며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사람이었다.
<중략>
그렇게 나는
매일 밤, 이불을 덮어 주면서
과거의 자리에 미래를 포개는 사람이 되었다.
매일 아침, 이불을 개면서
현재의 자리에 기억을 수놓는 사람이 되었다.
◎ 마음의 일 / 재수 x 오은 그림 시집 / 창비 / 3부와 4부 사이(페이지X)
아침에 눈뜰 때부터 괜히 기분 좋은 날이 있었다.
전날 밤부터 이상하게 몸이 무거운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이든 몸을 일으켜야 했다. 한 발 한 발 어디론가 향해야만 했다.
실없는 소리를 한 날에도, 뜻 밖의 일에 눈물을 흘린 날에도 나는 나였다.
나는 나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마음이 시킨 일이었다. 마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