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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었다, 식는다

by 이하늘

모카포트는 항상 뚜껑을 열어둬야 한다.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끝도 없이 가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카포트의 몸통을 열어 물탱크에 수돗물을 채운다.

커피 컨테이너에 언제 갈았는지 모르는 원두를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몸통을 잠그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다.

따다다다다닥 딱딱 딱 딱-


'김 대리, 다시 해야겠는데?'

'대리님, 어제까지 주셔야 했는데...'

'미안합니다, 이것 좀 부탁해요.'


...

쿵쿵쿵,

팍, 하고 거실 커튼을 걷어

확, 하고 창문도 열어젖혀

악! 하고 소리를 내지른다.



항상 뚜껑을 열어둬야 한다.

끓어 넘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계속 신경 써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가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끓어 넘친 커피를 머그에 붓고, 찬 우유를 조금 넣는다.

그렇게 커피 한 모금.



끓었다, 식는다.



"원두 다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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