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M X DRAWING

잔디에 누워

by 김담요

볕이 좋고 따뜻한 날

하늘이 바스락거릴 정도로 맑은 날

잔디를 등지고

어디까지 이를지 모를 빈 곳을 마주하고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뒹굴거리는 나를

꽤 오랫동안 상상해왔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고

나 자신도 나를 다그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 앞에 펼쳐지는

어떤 의도도 없이 펼쳐지는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낸다


미세하게 각기 다른 색을 입은 나뭇잎들이

서로의 등에 숨어 소곤거리며 반짝인다

새 한마리가 공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태양이 눈 속으로 들어와 노란 빛 주홍 빛의 네온사인을 남긴다


여섯 면이 막힌 따스함,

그 속에 누운 몸이 꾸는 꿈


부드러운 바람과

멈추어 있는 시간과

따갑도록 솔직한 태양과

초록 노랑 주황의 빛깔과

한없는 공간을 꿈꾸던 몸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 모두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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