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고 따뜻한 날
하늘이 바스락거릴 정도로 맑은 날
잔디를 등지고
어디까지 이를지 모를 빈 곳을 마주하고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뒹굴거리는 나를
꽤 오랫동안 상상해왔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고
나 자신도 나를 다그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 앞에 펼쳐지는
어떤 의도도 없이 펼쳐지는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낸다
미세하게 각기 다른 색을 입은 나뭇잎들이
서로의 등에 숨어 소곤거리며 반짝인다
새 한마리가 공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태양이 눈 속으로 들어와 노란 빛 주홍 빛의 네온사인을 남긴다
여섯 면이 막힌 따스함,
그 속에 누운 몸이 꾸는 꿈
부드러운 바람과
멈추어 있는 시간과
따갑도록 솔직한 태양과
초록 노랑 주황의 빛깔과
한없는 공간을 꿈꾸던 몸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 모두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