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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Feb 27. 2020

Corona & Limone

불안한 밤 시 쓰기

마음이 뒤숭숭할 때는 주저앉아 시를 쓰는 게 최고의 처방이었다.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나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늘어서 있고 컨디션 조절도 할 수 없이 밤샘 통화와 밤샘 작업을 해야 하던 날이었다. 목은 아프고 미열도 있는 것 같고. 병에 걸린 것은 둘째치고 내가 스크리닝 대상이 아니어서 나도 모른 채로 병을 퍼트리고 다니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나를 제일 불안하게 했다.

(다행히도 오르던 체온과 한기는 설거지  방에 쭈욱 물러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이러스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누가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그냥 그들의 숙주일 뿐일 텐데. 게다가 외출하고 오면 1시간 정도는 온몸과 소지품들을 소독하느라 꼬박 쓰고 면역력에 좋다는 것들을 진짜 너무할 정도로 챙겨 먹는 나란 인간은 바이러스들에게 참 쓸모없는 존재일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간을 비우고 나니 “코로나”라는 단어가 다시 보였다.


코로나.


해변의 광고 한 편으로 한동안 나를 설레게 했던 맥주가 아니었나. 상황 하나 바뀌었다고 같은 음성을 내는 단어 하나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니.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하루 종일 기사를 들여다보고 불안을 증식시키느니

매일 시 한 편이라도 쓰자 해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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