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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Mar 05. 2020

Ses Cheveux en Chignon

그녀의 올림머리

어렸을 때 잠깐 발레를 배운 적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송진 냄새나는 마룻바닥에 앉아 발레를 전공하는 언니들이 토슈즈를 신고 하늘을 나는 듯한 점프를 하는 것을 구경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엔 예쁜 데다가 친절하기까지 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H언니가 그렇게 멋지게 점프를 했는데, 착지하자마자 그녀의 올림머리가 풀려버렸다. 바닥에서 울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스틱으로 리듬을 두드리며 구호를 외치던 선생님이 “무거워!”라고 외쳤다. 쉬는 시간에 간이 안된 샐러드나, 어주 호화롭다면 쑥개떡 정도만, 그것도 동생들에게 다 나눠주고 자신은 조금밖에 먹지 않은 H언니가 어떻게 무거울 수가 있지? 나는 언니의 탐스런 머리를 견디지 못한 머리 망사와 실핀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하나도 억울해하지 않고 입을 앙다물던 언니를 보면서 예술을 한다눈 것은 저렇게 억울하고 예견치 못한 일들을 견디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그때는 막연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랬던 것 같다) 겁을 한 움큼 집어먹었다.


지금 그 언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탐스런 머리의 무게를 잘 견뎌내고 있을까. 모두 다 머리에 까만 구 하나씩 달고 한 귀퉁이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며 슈즈를 신거나 토시를 끼우던 소녀들과의 시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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