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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pr 25. 2017

대선 토론을 통해 깨닫는 커뮤니케이션 교육의 중요성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알아야 합니다. 

안 후보의 "제가 갑철숩니까, 안철숩니까?" 라는 발언을 듣고 한 번에 이해한 시청자가 있을까?


"제가 갑철숩니까, 안철숩니까?"


토론회를 보다 깜짝 놀랐다. 앞 뒤 맥락을 통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고, 배경 지식이 없다면 '저게 무슨 소리야?' 라고 누구나 고개를 갸웃 거릴만한 질문이 대선후보 토론회, 그것도 양강 구도의 후보 중 한 명의 입에서 나왔다. 어찌 보면 다섯 후보 중 공부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 후보가, 다른 사람이 몰아 붙이던 찰나 실수로 내뱉은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작심하고 실언한' 발언이 되어버렸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자주 연습하게 되는 말하기 방법 중 하나가 있다. 


바로 Top-down communication이라는 것인데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지금부터 일자리 창출에 신경 써야 합니다. 저는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 50만개를 내 걸었는데, 다음의 세 가지 방식을 통해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집니다. 첫째, 둘째, 셋째.."


보통 이런 말을 한국어로 이야기 하면 이런 식으로 말이 전개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일자리 창출에 신경 써야 합니다. 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첫번째로.. 두번째로.. 세번째로..."


Top-down communication으로 말하지 않는 상대의 말을 듣는 사람은 의아해진다. 

"그래서 몇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거지?"

"이 사람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몇개의 방안을 생각하고 나온거지?"

"언제까지 이 사람 말을 듣고 있어야 하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보통의 대화는 한국어의 어순상 결론을 뒤에 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사'가 차지 하게 되는데, 우리 말은 어순 상 주어 목적어 다음 동사가 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 간다' 라는 말을 보면 '나는 학교에' 까지를 듣고 그 다음에 아무말도 안하면 그 문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과 같다. 심지어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러면 뒷부분에서 완전히 말이 뒤집혀 버린 것이 된다. 


반면 영어를 보면


'I go to school' 이라는 문장에서 일단 school이 나오지 않아도, 어디에 갔다는건 이미 앞부분에서 모두 드러난다 게다가


I didn't go to school' 이 역시 'go' 까지만 들으면 일단 어디를 안 갔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한 문장에서도 말하는 방법이 갈리지만, 이를 조금 더 고도화 시켜 전체 문장 중에서 결론을 먼저 말하는 방식이 바로 Top-down communication 이다. 경영 관련 해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 번은 들어 본 문장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면 듣는 이는 다음과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1. 이야기가 끝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2.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의 분량을 짐작할 수 있고

3. 세 번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추가적으로 궁금한 것을 정리하거나, 후속 질문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말하는 이는 Top-down communication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1. 말의 전체가 구조화 되어 보이고

2. 상대방이 조급해지지 않아 말을 끊지 않게 되며

3.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인식된다.


자 그렇다면 다시 안 후보의 발언으로 돌아가보자. 일단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질문함으로써 먼저 결론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것은 앞서 필자가 설명한 Top-down communication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왜 아닐까? 분명 필자가 설명한 대로 초반에 결론을 말하고 후반에 이유를 말 했는데 말이다. (토론회를 계속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결국 갑철수 라는 말은 안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안철수 당시 교수의 1+1 채용 특혜 논란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Top down communication은 결론을 먼저 말 하는 방식이 분명히 맞지만

그것은 '한 문단에서 결론을 먼저 말 하는 방식'인 것이다.

만약 해당 토론이 제대로 되려면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 되었어야 한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될 거였으면 다음과 같았어야 했다

즉, 1번의 배경 설명을 빼 먹은 채, 3번에 있는 질문을 난데 없이 먼저 던져서 모두를 당황 시켰다. 

제대로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다음과 같았을 것이다. 


이러한 '대참사'는 왜 일어났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그가 '학습 능력은 좋으나, communication과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이 있은 이후로 그의 학습 능력마저 조롱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서울대를 나오면 뭐하나 자기가 무슨 말을 한 줄도 모르는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서울대 의대라는 타이틀을 하나 가진 것 만으로도 모든 검증에서 너무 쉽게 통과 되었다' 라는 주장까지 편다. 


때로는 설이지만, 그가 학생 때 한달에 100만원 하는 고액 과외를 받았기 때문에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거다. 그는 원래 그정도 '깜'이 아니라는 주장도 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 말을 하신 분은 고등학생 3년간 한달 백만원짜리 (백번 양보해서 현재 돈으로 약 500만원이라고 하자) 과외를 붙여주면 서울대 의대에 진학할 수 있냐."고.

(물론 환경이 바뀌면 당연히 진학하실 수 있는 분도 있고, 학습에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가 하는 말실수 하나로 그가 쌓아 온 모든 커리어를 몽땅 부정하는 태도 역시 올바른 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안철수 후보가 매우 영민하고 학습 능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호불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약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헤어 스타일과 연설 tone을 바꾸고 그것을 곧바로 실전에 적용 하는 것은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독 토론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 이유가 실언에서 비롯되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니 아마 그는 이전 껏 제대로 된 글쓰기 훈련이나 말하기 훈련을 거치지 않은 것이 티가 나서 안타깝다.


유력 후보 5인 중, 지금 안철수 후보를 제외 하고는 모두가 문과 출신의 후보들이다.

싫었든 좋았든 교과 과정상에서 글쓰기 훈련, 말하기 훈련을 안 후보보다 훨씬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취객'으로 불리는 홍 후보도 사법고시를 합격한 사람이다. 2차시험에서 논술 시험이 들어가는 사법고시 과정 상, 나머지 네 후보는 안철수 후보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이미 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마 안 후보 참모 측에서 이런 말을 했으리라 예상 된다

'강한 이미지를 위해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나는 그걸 단 며칠만에 해내는 안철수의 학습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Top down communication은 문단 안에 한정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장 자신있게 생각하는 공약 - 교육 정책 - 을 이야기 할 때 그의 눈빛을 보라. 

그가 말하기와 글쓰기를 더 다지고 나왔다면 지금보다 더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사람의 머리는 절대적인 똑똑함도 다르지만, 똑똑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정 분야에 치우쳐서 똑똑해지기 마련인데, 안철수 후보에게 말하기 까지 다른 사람 수준으로 잘 하라 요구하는 건, 아인슈타인에게 베토벤 수준의 곡을 작곡하라는 것과 비슷한 요구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그가 교수의 삶이나 CEO의 삶이 아닌 '대통령 후보'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은 그가 걸어온 길과 그가 교육을 받지 못했고 말았고의 여부를 떠나 최소 그는 토론에서 남들 만큼은 해 주어야 한다. 대통령을 뽑는 자리니까. 우리는 자신의 말도 정리 못하는 대통령이 나라를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외교에서 얼마나 바보같은 일이 생겨났는지 이미 경험 상으로 알고 있지 않나?


필자 역시 이과를 거쳐 공대 출신의 학력을 가졌지만, 지금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처음부터 쉽게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 것이 아니다. 수년간 매일 짧은 글부터 긴 글을 쓰는 연습과 남 앞에 서서 발표하는 연습을 무던히 반복한 끝에 10년이 넘어서야 그나마 지금도 부족하지만 현재 수준 정도로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걸 단 몇개월 며칠만에 해내는 안후보의 학습능력은 정말이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나고 지내왔던 대부분의 이공계 지인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아는 것이 많지만, 그것을 구조화 시켜서 글로 표현하고 조리있게 말로 설명하는 방법은 습득하지 못해 실제 회사 생활 등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개발자에서 관리자로 보직이 변경 되었을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교과 과정의 특성상, 이과는 문과보다 말하기 및 글쓰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초등학교 과정과 중학교 과정에서 아직 문/ 이과로 학생들이 선택을 하기 전부터 글쓰기와 말하기에 익숙할 수 있도록 토론 문화를 정착 시켜 주어야 하며, 특히 대학에서는 복수의 글쓰기 과목을 필수 지정하여 문이과와 상관 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해 내는 표현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답을 '솎아내고' '골라내는' 교육에서 벗어나,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자신의 논리에 따라 기술해 갈 수 있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켜주어야 한다. 


그래야, 똑똑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안철수의 비극'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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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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