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lusclovisi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 작가 Jan 10. 2018

꿍꿍이 속

의심을 품고 움직이지 않는자보다 꿍꿍이가 있더라도 움직이는 사람이 낫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사람이 석연찮은 행동을 할 때 

'저 사람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 아냐?' 라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겪었던 일화를 잠깐 나열해 보면,

과거 제주로 여행을 가던 비행기 안에서 나는 흰 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음료를 서비스 해 주시던 승무원이 내 흰 셔츠에 토마토 주스를


'쏟았다'


이 상황에서 화를 내도 당연했으나, 화를 내지 않고 승무원에게 물었다.

"이 상황..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당황했던 승무원은 일단 화장실에 물비누로 지워 보시고, 세탁비는 별도로 드리겠다고 했다

'아 알겠습니다.'


라고 이야기 한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내 셔츠를 물비누로 슥슥 문질렀고

다행이 토마토 주스 얼룩은 거의 제거 되었다.


축축해진 옷을 입고 나와서 자리로 돌아가니 사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장은 잠시 기내 앞쪽으로 나를 불러 세탁비를 바로 전달해 드렸다.


그 때 내가 사무장에게 한 말이 있다


"얼룩 다 지워지긴 했는데.. 이건 일단 받을게요. 바지에도 묻은건 여기서 못 지웠으니까 :)"


"그리고, 꼭 부탁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저한테 주스 쏟으신 승무원 절대 혼내지 말아주세요

저 분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 하신 거니까요. 지금도 많이 위축 되어 있을텐데 혼내서 더 위축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꼭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사람들에게 전하면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그래서 번호 받았어?"

"예뻤구만?"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지만 나에게 주스를 쏟으신 승무원은 내 타입도 아니었고, 번호는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만 기내에서 짐을 다 찾아 승무원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인사를 건네며 내리면서 


속으로

"아 나 쫌 많이 멋있었던거 같아." 라고 외치며 으쓱 했었다. 한 손으로 주먹 쥐고 내 가슴을 툭툭 치면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면 사람들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의심한다. 최근 나오는 연예인들의 여러 일에도 어떤 사람들은 의심을 제기한다.


KBS 뉴스에 나온 정우성이 

'KBS에 바라는 점이 없냐'는 질문에 'KBS 정상화요' 라고 말 한 것.

영화 시사회장에서 자신의 영화 대사를 패러디 하며 'ㅂㄱㅎ나와!' 라고 한 것

영화 1987에서 열연한 강동원이 시사회장에서 눈물을 흘린 점

가수 션이, 지속적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 나가는 점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의혹을 제기한다. 상황을 상황대로 보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비꼬고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런데, 설령. 이들에게 다른 속셈이 있으면 어떤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개념이 있는 연예인이 되어 더 많은 CF가 들어오고 내가 찍는 영화가 잘나가겠지?"

라고 설령 생각하면 뭐 어떤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 많은 대중이 공감할 만한 말을 하는 것인데. 자신이 잘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언하는 것이 설령 '꿍꿍이'가 있을 지언정 나쁜 일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지적만 하고 본인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인 것이다.

국회의원이 촛불 정국에 촛불을 드는 것을 보고 '저거 무슨 생각이 있어서 저런거야. 튀어보려고' 라고 말하면서 촛불을 들지 않은 사람. 

'션이 이렇게 기부하는건 그걸로 더 큰 CF를 찍기 위함이야' 라고 하면서 10원도 기부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로만 구성된 사회라면 사회는 움직이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퇴보할 뿐이다.


실제로 다양한 상황에서 나는 꿍꿍이 속을 가지고 행동한다. 행동하고 딱 돌아 선 뒤에

'아 이거 진짜 짱 멋있는 일 한거 같아. 후훗' 이라는 그 도취감을 느끼기 위함이 나의 꿍꿍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서비스 베푸시는 분들께 친절하고, 뒷사람 문 잡아주는 행동들을 하며 이런 소소한 도취감을 느낀다.


적어도 저런 행동을 받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내가 사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설령 사익을 추구하면 어떠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가며 추구하는 사익이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이제는 확실히 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그대도 알았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주에서라면, 꿍꿍이 속을 가지고 행동하는 편이, 

의심만 하고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

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구매 링크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goo.gl/4uDh9H
Yes24: http://www.yes24.com/24/goods/56826125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3483387
반디앤루니스: https://goo.gl/KDQJRF


매거진의 이전글 담대하라. 당연히 다가올 찬란한 미래 앞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