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실행해보기 전에는
살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순간은 부끄럽게도 아직도 고3이었고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이 때만큼 '공부'에 미친듯 몰입한 경험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수험 생활을 하는 시절만큼은 정말 무서울만큼 몰입했던 것 같다. 내가 몇년을 쫒아다닌 여자애한테 먼저 잘 지내냐 연락이 왔는데 '난 공부하느라 너랑 연락할 시간 없어.' 라고 단박에 내쳐 버린 경험이라든가, 계획을 짤 때 5분 단위 10분 단위가 아니라 정말 분 단위로 계획을 짜서 그걸 단 한번도 안 빼놓고 모두 지킨 일, 여름방학 즈음 되니 체력이 방전이 되어 쌍코피가 터졌는데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드디어 내 몸이 나의 노력을 알아 준다'며 한참 바라보며 빙긋 웃던 이야기까지..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를 정도로 무섭게 몰입했었다. 그래서 이것을 잘 포장하기 위해 '고3기간 모의고사 점수를 100여점 올렸다' 라고 이야기 하고 다녔는데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단지 1년을 노력해서 만들어낸 성적은 아니었다.
나는 이과임에도 수학이 무척 약했다. 80점 만점인 모의고사를 보면 잘 나와야 60점대 중반, 안 나오면 40점대 후반의 점수를 받았다. 시험 문제가 쉬우면 아주 운이 좋게 70점대 초반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뻐 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 위안만 되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수학 모의고사에서 2번 문제를 맞딱드리고 풀지 못했을 때였다. 보통 앞 부분 문제는 쉽기 때문에 금세 풀 수 있고 점수 배점도 낮다. 마찬가지로 2점의 낮은 점수 배점을 가진 문제를 끙끙대며 한참 못 풀던 나는 스스로 완전히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기초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금도 널리 보급되는 수학 기본서를 처음부터 파는 것이었다.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이해를 못하면서 부분만 이해가 되면 이해가 되는 '척'을 하며 넘어가기 일쑤였다. 문제가 안풀리고 막혀도 학원은 진도를 나가니까 몰랐더라고 그냥 그 순간 부끄러움을 견디고 지나갔다. 그렇게 한권이 끝나면 내 머리속에 남은건 구멍이 숭숭 뚫린. 무얼 아는지 모르는 수준의 수학 지식이었다.
나는 이것을 완전히 바꾸고자 했다.
느리더라도 정공법을 택했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시작했다.
'집합. 그래 집합 좋아. 그래서 집합이 뭐지?'
한 문장으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합집합 교집합 차집합 여집합 부분집합이 뭔지 다 알고 공식도 다 쓸 줄 알았다. 잘생긴 남자의 모임이 집합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180cm 이상의 남자 모임이 집합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도 나는
'집합'이 무엇일까? 라는 근본적 질문에 전혀 대답을 하고 있지 못했다. 겉핥기 수준으로 지식을 쌓고 있었기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전 단원을 집요하게 파기 시작했다. 예제를 풀고 연습 문제를 풀어서 그냥 답을 맞춘게 아니라 '이해가 되고 답을 맞춰야'만 넘어갔다. 만약 이해가 안되어 틀렸으면 5분정도 뒤에 다시 그 문제를 풀었다. 답은 맞아도 이해가 안되면 다음날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가 또 풀었다. 모든 과정이 반드시 이해가 된 다음에야 넘어갔다.
한문제를 가지고 이틀을 끈 적도 있다.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께도 물어보고 수학을 잘한 반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심화반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그 설명을 다 듣고 잠시 책을 덮은 뒤 다시 혼자 풀었다. 혼자 풀어서 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든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렇게 이해하고서야 넘어갔다.
그렇게 공통수학, 수1, 수2를 최소 한 번 이상 독파했다. 정확히는 공통수학은 3번, 수1, 수2는 각 2번과 1번씩 독파했다. 고 3이 되어서도 나는 이 일을 게속했다. 과거에 분명 이해해서 풀었다고 생각한 부분인데 다시 풀면 또 막히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 수는 반복하여 풀수록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나는 최종적으로 공통수학을 혼자 7번, 수1은 4번, 수2는 3번을 보았는데, 처음 1번을 독파할 때는 약 6개월이 걸렸는데 마지막에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지. 이해가 완전히 안 되는 것만 초점을 잡고 다시 이해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시작한 것은 고 3이 아니라 고 2였다. 아무리 머리로 계산을 해보고 날짜를 역산해 보아도 고3 기간 1년으로는 이 모든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랬기에 나는 이를 고2 여름방학 부터 시작했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던 영어 회화 학원, 토익 학원을 관두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죽어도 공부 안하던 나는 스스로 원해서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심화반에 자원하여 들어갔다. (어찌보면 지원자들을 성적과 크게 상관없이 받아주었던 당시 운영 방침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고2 여름방학 때는 고3때와 달리 열두시까지만 공부하고 집으로 향했다. (고 3때는 매일 두시까지 공부하고 30분간 매일 일기를 썼다. 일기는 논술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체력 안배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욕심을 내서 한두시까지 무리 하다가는 장기전 마지막에 탈진할 것만 같았다. 감으로 생각한 것이지만 열두시까지의 공부는 6시간 이상의 수면을 유지해 주었다. 일정한 수면 시간은 내 체력이 깎여 나가지 않는 수준에서 Sustainability를 확보해 주었고, 나는 체력 소진 전혀 없이 본 전장인 고3 시기를 매일 4시간 반을 자며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이야기 한 일련의 스토리를 계속 응용해가며 아직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 당신에게도 이 이야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어떠한 일을 할 때 이것이 장기전일지 단기전일지를 구분하는 것.
- 장기전과 단기전에 따라 전략을 차별화 하여 세우는 것
- 자신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결정하는 것
- 본질에 대한 물음을 가지는 것.
-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척'을 하지 않는 것
- 이 모든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것'
- 이 모든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것'
- 이 모든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것'
실천하는 것을 세 번이나 적은 것은 오타나 오류가 아니다.
앞서 아무리 번드르르한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타이슨의 명언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나에게 X맞기 전에는'
그를 차용하여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실행해보기 전에는'
결국 실행하는 자가 이긴다.
그럴듯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지 않는 것 보다
멍청이 계획이라도 착실히 실천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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