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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본류

본질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류에 속지말 것

[본질, 본류]

나는 커피를 마실 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얼음에 에스프레소만 내린 '아이스 에스프레소'만을 마신다. 이 음료는 원두의 품질에 따라 맛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원두가 좋을수록 그 맛의 황홀함이 더 깊어지며, 원두가 좋지 않다면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을 만큼의 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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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는 커피의 본질을 가리는 장치가 아예 없다. 발가벗은 커피라 해도 좋다. 따라서 커피의 본질인 원두의 품질에 따라 그 맛이 천양지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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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쯤,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토리 텔링'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토리 두잉'의 시대가 왔다는 주장을 하는 책과 기사가 있었다. 이미 어렴풋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스토리 두잉은 발표를 하면서 그 스토리를 직접 행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 였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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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프리젠테이션 전문가라고 칭하는 내가  '스토리 두잉'이란 말의 정의를 흐릿한 수준으로 밖에 기억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없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본류가 아니고, 본류 없이 태어날 수 없는 아류 면서 본류의 시대를 끝났다고 선언한 개념. 나는 처음 이 개념이 나왔을 당시부터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용어고 곧 사라질 것이라 말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말할 때 여전히 빠짐 없이 '스토리 텔링'이라는 말은 쓰이지만 그 누구도 '스토리 두잉'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본질을 흔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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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본질에 기생하는 개념을 들고 나와 자신이 현재의 본류를 대체할 새로운 본류라고 주장하는 현상을 목격하곤 한다. 마케팅 측면에선 '완전히 새로운' 슬로건 만큼 매력적인 말이 흔하겠는가. 그러나 사실 '완전히 새롭다' 주장하는 개념을 한두겹 더 들추어 보면 결국 본류에서 뻗어놓은 가지 하나를 부풀려 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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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은 '혁신'이 아니다. 자신이 행한 일이 개선이라면 그것을 혁신이라 말해도 안된다. 당장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별반 다르지 않다'고 모두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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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현재 정의하던 '본질'을 훨씬 뛰어넘는 경우가 생기고, 그 본질이 뒤바뀌면 본류도 재편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이동이 그랬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혁명이 그랬고 유선에서 무선이 그랬고, 생물 동력에서 기계 동력으로의 탈바꿈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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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의 제품과 서비스는 '완전히 새로운' 이라는 수식어를 흡수할만큼 대단하지 않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신이 본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패러다임 시프트가 아니면서 후발 주자가 본류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아니, 없다고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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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하지 않은 채 기교에만 집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둘수 없다. 그리고 본질을 바꾸어 내지 못한 채 뒤늦게 시작한 당신이 본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잘못 된 생각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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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옥타브도 채 올라가지 않는 음역대를 가진 사람이 제 아무리 대단한 바이브레이션을 뽐낸다 해서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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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본질'이 존재한다.
그 본질에 정통한 제품과 서비스만이 본류가 된다.
그를 이기고 싶다면 방법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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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본질을 충실히 파악하고, 지금 본류보다 훨씬 개선 된 제품/ 서비스를 내어놓거나
그 본질을 파괴할만한 새로운 본질을 창조해 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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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상을 뒤집겠다는 꿈을 가진 채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질 파악을 못한 채 본류가 된다고 주장하는 모든 것들을 거르는 방법으로 이 글을 활용한다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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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깨뜨리지 못한 아류에 속지 않길.
당신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본질을 창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현재의 본질을 충실히 파악한 채 본류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추었는지 따져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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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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