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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Feb 20. 2019

Risk taking, 과감함과 무모함의 경계

세절기와 스테이플러 심. 그리고 나

회사를 다니면 누구나 문서 세절기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 당연히 나도 무수하게 문서 세절기를 사용했고, 사용해 왔다. 앞으로도 사용하겠지.


문서 세절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문서를 투입하고 버튼을 누르면 톱니가 돌아가며 문서를 세절하는 방식이 내가 경험한 가장 대중적인 문서 세절기 방식이다.  


또한 회사 생활을 하면 자연히 스테이플러 사용이 는다. 스테이플러로 문서를 묶어 배분하는 일이 일반적이고 아마 이 일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겪어 본 일일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예측되는 위험을 모두 제거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즉 나는 과감한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위험이 모두 제거 된 상황에서만 과감하려 한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음주운전, 과속 등을 일체 하지 않고 내 능력의 범주를 벗어난 일은 충분히 사정권에 들어올 때 까지 능력을 신장시킨 뒤 도전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휴대폰을 테이블에 걸쳐 놓는 일은 극도로 싫어하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충전해 둔다. 잘못된 위치에 휴대폰을 놓아서 테이블 아래로 추락하는 경우,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정말 필요한 연락을 하지 못하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는 미리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심한 경우를 말한다면, 나는 운전 할 때 앞 뒤 전 후 차와의 거리를 다 살피면서 저 차가 돌발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회피해야 겠다는 시뮬레이션을 항상 하면서 운전한다. 그만큼 위험스러운 상황을 피하려 한다.


위험스런 상황은 결국 확률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치밀함과 실력으로 메꾸려고 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문서 세절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의아하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스테이플러의 사용과 사실 이 모든 이야기가 연결 되어 있다.


나는 문서 세절을 하기 전, 톱니바퀴에 스테이플러 심이 잘려나가는 과정에서 스테이플러 심이 세절기의 날을 망가뜨리거나, 더 심한경우 심이 튀어 나가며 나를 향해 날아와서 내가 심각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서 늘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스테이플러 심을 빼서 별도로 버리고, 문서만 다시 추려 세절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굉장한 비효율을 낳았다. 심을 뽑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길었을 뿐 아니라 심을 뽑는 과정에서 뾰족한 부분에 가끔 손 끝이 긁히고 찔리거나 손톱이 찔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스테이플러 심 제거 도구를 활용하면 조금 더 나았으나 제거 도구에 의해 스테이플러 심이 두동강 나면 그걸 빼는 데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내가 생각한 방법에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 방법이란 바로 스테이플러를 쓴 문서 귀퉁이만 손으로 찢어서 버리는 방법이었다. 귀퉁이에는 문서의 내용이 인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안상 문제가 없었고, 일일이 심을 뽑는 것 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스테이플러 심이 박힌 귀퉁이만 모아서 버리고 문서는 문서대로 세절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타협점 이었다. 나는 이 방법을 5년 넘게 활용해 왔다.


그러다 어느날 미처 스테이플러 심을 제거하지 못한 문서를 실수로 투입하고 세절 버튼을 눌렀다. 화들짝 놀란 나는 문서 세절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눈 부분에 부상 입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눈을 감싸고 스테이플러 심이 튀어 나올 각도를 생각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런데, 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아닌가?
스테이플러 심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세절기는 문서를 잘게 썰어버리며 삼켜버렸다.


정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는 말을 했을 때 교황청에서 들은 충격이 이정도였을까. 내가 지금껏 수 년간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며 사용한 방법이 최적의 방법이 아님을 직접 목도한 것.


고민에 빠졌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제서야 합리적인 의심과 비교를 시작했다.


내가 직접 세절기 날의 경도와 스테이플러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 스테이플러과 쇄절기 칼날이 성분이 같다면 훨씬 두꺼운 세절기 측이 경도 측면에서 유리함이 자명했다. 또한 확실하진 않더라도 세절기의 내구성을 생각해 제조사는 단일 성분 금속이 아닌 합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세절기에는 CD와 USB 투입구 역시 있었다는 점은 내 가설이 확실히 맞음을 증명했다. USB에는 스테이플러보다 훨씬 더 두꺼운 두께의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금속을 절단할 수 있다는 건, 스테이플러 심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씹어 먹을 수 있다는 것.


세절기에 종이가 들어가는 순간과 각도를 생각해 보아도 튀어 나올 가능성이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률로 보더라도 휘어져 있는 부분이 먼저 잘리고 가운데 부분이 남아야 밖으로 튀어 나올 가능성이 생기는데 가능성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갈고리 모양으로 종이에 박힌 형태의 스테이플러 심은 튕겨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더 이상 스테이플러 심이 박힌 종이를 찢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냥 세절기에 쇄절할 문서를 투입하고 버튼을 누를 뿐이다.


아, 그래도 마지막까지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스테이플러 심이 극도의 미미한 확률로 튀어나올 가능성 마저 배제하려 한다. 어떻게 하냐고?


투입구에 먼저 투입하는 부분에 스테이플러가 찍힌 부분을 먼저 넣는다. 이미 투입되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스테이플러 심이 잘리는 때보다 훨씬 더 낮은 확률로 심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다 해서 내가 100%의 확률을 만들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이정도면 인류 중 가장 세절기를 쓰며 조심하는 사람 정도는 되지 않을까.ㅎㅎ


오랜동안 당연하다 여긴 일들을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더 위험을 낮추면서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 세상에는 분명 존재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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