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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pr 01. 2019

[그린북]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일들에 대하여.

영화 그린 북


한줄 평: 미술과 관련된 영화 중 단 하나를 고른다면 러빙 빈센트, 음악과 관련된 영화 중 단 하나를 고른다면 그린북.


배경은 20세기 중반.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천재 음악가 돈 셜리와 이탈리아 태생 토니 발레롱가 두 사람이 미국 남부 투어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다소 충격적일만한 차별 장면들이 나오며 경악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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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인 동시에 유색인종에 대한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토니 발레롱가. 높은 시급을 제시하는 돈 셜리의 요청에 기사 및 보디가드로 일하기로 하고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제목 '그린북'은 흑인들이 여행을 하게 될 때 묵을 수 있는 숙소 등이 나열되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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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투어는 그야말로 돈 셜리에게 모험인 일이다. 당시 미국 남부에서 흑인은 여전히 '노예'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백인 우월주의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최고의 연주자라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같은 건물 내의 화장실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중성. 백인들은 돈 셜리를 철저하게 '음악을 연주해 주는 도구'로 소비하고 있었다.


돈 셜리는 흑인이지만 부유했기에 백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대다수 가난한 흑인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늘 방에서 커티샥을 혼자 들이키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흑인이지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돈 셜리에게 평범한 미국 남부의 흑인들은 되려 시비를 걸고, 아무리 우아한 언어와 품격을 갖추었더라도 피부색이기 때문에 양장점에서 옷을 갈아입을 기회조차 박탈 당한다.


그들의 여정 중 인상적인 부분은 켄터키 주에 이르러 KFC를 사온 발레롱가와 셜리의 대화에서 발생한다. 흔히 프라이드 치킨을 흑인의 소울 푸드라고 부르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셜리는 단 한번도 후라이드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다. 차에 흘리면 어쩌냐는 표정, 차 안에서 접시와 나이프 포크를 찾는 셜리에게 '백인' 발레롱가는 그냥 손으로 먹는거지 뭐 그런걸 찾냐며 계속 치킨을 건넨다.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사실은 '편견' 그리고 '음악' 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당연하던 시절, 지금은 당연한 일이 불가능 하던 시절.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이런 편견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인종적 불평등, 흑백 갈등 뿐만이 아닌 나를 포함한 모든 유색 인종을 향한 차별에 맞서 바꾸어 나가는 일.


지금껏 당연시 되었던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함을 바꾸어 나가는 일. 이제는 흑인이 백인과 다른 화장실을 써야 하는 식당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말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미 영화 당시의 배경보다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세상은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영화에서 펼쳐진 상황을 보며 말도 안된다고 우리가 인식하기까지 세상 수많은 사람은 그 일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당연하게 생각한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용기가 있었기에 지금은 그 상황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듯, 우리도 우리 앞에 놓여진 각종 불평등과 불합리에 용기있게 맞서야 하지 않을까.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툭 떨어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직접 보시고 확인하시길.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리라 확신한다. :)


유독 예술 관련 영화를 좋아해서 대부분의 예술 관련 영화를 챙겨보는 편임에도

이 영화는 평생 봐왔던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 중 단연 마음에 깃든 영화다. 

꼭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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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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