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피우는 그 무엇이 아닌, '불' 그 자체로 살아갈 것이다
1. 오후 열시쯤 되면 하루가 두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급함이 생긴다.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오늘 중'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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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묘하게도 그 '오늘 중'이라는 시간은 세상 사람들이 이미 정해 둔 진짜 오늘. 그러니까 자정 까지를 막연히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음주를 했다거나 극도로 힘든 일을 한 날이 아닌 이상, 내 몸은 보통 한시 반이나 두시까지 일상 생활을 하고 잠들어도 다음 날을 활기차게 보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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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 맘대로 '오늘 중'의 정의를 다시 하면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두배 늘어난다. 조급함은 여유로움으로 바뀌고 할 수 있을까 하던 의문은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모한다.
게다가 밤 시간은 아주 예전부터 내가 가장 집중을 잘 하는 시간. 이 시간은 나에게 가장 황홀한 시간이다. 오롯이 나를 향해 투자할 수 있고, 오롯이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나는 '불'이다. 참 재밌는건 딱히 연료가 없는데도 계속 타오르는 불이다.
'내 주변에서 가장 열심히 산다'
'내 주변에서 가장 열정적이다' 라는 말을 나와 직접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들으며 산다. 즉 내 인간관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자신의 주변에서 가장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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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좀 대단하고 좀 멋진 사람들이 많은가. 그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나의 장점을 '행동', 'Grit' '열정'으로 말한다. 이정도면 열심히 사는 일은, 열정은 분명 나의 장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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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했다 시피 나는 불이다. 내가 가까이 가면 스스로가 타버릴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날 거북 스러워 한다. 날 피한다. 그가 나쁜게 아니다. 내가 나쁜것도 역시 아니다. 상성이 안 맞을 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 중에서 누군가 위대한 일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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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다른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불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다가가면 타버리지 않고 끓어오른다. 용기를 얻고 에너지를 얻고 해보겠다는 마음을 얻는다. 없다고 여긴 자존감이 올라오고, 실패해서 재기할 수 없다 생각하다가 '한번이라도 더'라는 마음가짐을 얻는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는 여전히 '불'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타버릴 각오를 하고 다가와준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끓어 오른 뒤 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끓어오른 마음으로 다시 임한다. 그럼에도 내 에너지가 줄지 않음은 내가 가진 복이자 큰 재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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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작은 사실을 과장하지 않는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룰 일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만, 이룬 일에 대해 당당하되 지나버린 영광으로 지금의 나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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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키려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켜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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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화려하게 타오르고 싶다. 그러나 끝내 꺼져가는 나날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과거의 타오르는 시절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겠다. 그럴 시간에 또 다른 분야에 불을 피우고 있으리라.
나는 불이고, 앞으로도 불로 살아가고 싶다.
용기있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기꺼이 끓여줄 수 있는
밤에도, 나이 들어도 여전히 타오를 수 있는.
그런 불로 살고 싶다.
불을 피우는 그 무엇이 아닌,
'불' 그 자체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