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가 활성화 되어 일 하는 시간중 상당 시간을 재택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 굳이 안 해도 되는데, 내가 거의 고집하며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면도하기' 와 '옷 갖추어 입기'. 재택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은 분들께 듣지만, 이 건 최소한의 포멀함을 갖추기 위한 나만의 루틴 중 하나다.

과거 전 직장을 퇴사하고 잠시 책을 쓰겠다며 3개월 정도 직장 공백기를 가졌던 시기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운동을 다녀오고, 샤워를 하고 셔츠를 갖추어 입은 후 자리에 앉아 책을 썼다. 약속이 없으면 밤 늦게까지 쓰고, 약속이 있다면 그 저녁 약속 전까지 꾸준히 책을 썼다. 별다른 약속이 없고 책 쓰는 시간이 종료 되었을 때 셔츠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때의 기억이 좋아서였을까? 지금도 이런 루틴을 이어가고 있다. 화상회의라도 잡혀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니 크리스토프(회사 영어 이름)는 왜 집에서 셔츠를 입고 있어요?' 라고 종종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사실 편하게 옷을 입어도 되고, 면도도 매일까진 안 해도 되지만 그냥 이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다잡는 행동이다. 누구나 그런 루틴이 있지 않나. 집 보다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이 공부가 잘 된다든가,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 시작이 잘 안된다든가. 이런류의 루틴이 나에겐 면도와 옷 갖추어 입기다. 어쩌면 나약한 나의 의지를 다잡아주는 고마운 루틴일 수 있다.

한 동안, 회사 일을 마치고 나면 저녁 거리를 요리하거나 시키고 습관적으로 와인병이나 맥주캔을 집어 드는 습관이 있었다. 이걸 좀 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겼다.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고 얼마 전부터 최소한 저녁에 술을 마시든 과식을 하든 운동 만큼은 꼭 챙겨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도 꽤 오랜 기간 운동을 하다말다 나태하게 굴었는데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달 반 정도 하루도 빼 놓지 않고 목표치 이상의 운동은 하고 있다. 과거 일이 많이 바쁘던 시절 새벽 1시 전에 집에 들어오면 다 제쳐두고 두시까지만이라도 운동하겠다고 다짐하고 그걸 늘 지켰는데, 그 때 처럼 '당연한 일'로 운동을 놓고 나니 그 이후에 무엇을 먹든,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든 조금씩 체형도 체력도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루틴은 습관이고, 무의식의 영역이다.

무의식의 영역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다소 큰 노력을 해야 하지만 ㅎㅎ

하지만 어느정도 자리 잡힌 루틴은 관성이 있어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큰 꿈을 꿀 자격이 있나 고민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럴 수록 부정적 루틴을 줄이고 긍정적 루틴을 조금씩 더 생활속에 채워 나가야겠다. 내가 꾸는 꿈이 나 스스로 생각에도 타인의 생각에도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도록.

오늘도 그렇게, 면도를 하고 셔츠를 입고 의자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일 다 마치고 나면 또 운동해야지.

-----------------------------------------------------------------------------------------------------------

필자 김재성

저서: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평단, 2022)『뭘 해도 잘 되는 사람들의 비밀』 (평단, 2021)『슈퍼업무력 ARTS』 (도서출판 이새, 2020) 『행동의 완결』(안나푸르나, 2019)과 에이콘출판사에서 펴낸 『퍼펙트 프리젠테이션』(2012),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2017), 『퍼펙트 슬라이드 클리닉』(2020)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5208425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 YES24

www.yes24.com

30페이지 미리보기

http://www.yes24.com/Product/Viewer/Preview/115208425

YES24 미리보기 - [도서] 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www.yes24.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