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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Feb 05. 2020

절대적 모순의 공간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 박민영

근래 딸아이 책장에서 책을 빌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활자의 크기, 책의 내용, 책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까지 이제는 공유가 가능하다. 가끔은 그녀의 도서목록이 내 그것보다 더 수준 높은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책이 오늘 소개할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인물과사상사, 박민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단순히 우리가 접하는 학교 폭력, 사학 비리 그리고 학생들의 일탈 등의 사건, 사고만을 다루지 않는다.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적 제약과 그 속에 갇힌 학생이라는 신분의 시간적 제약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이 사회의 제도적 제약에 대해 가감 없이 들춰낸다.

민주주의 사회에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는 공간이 바로 학교다. 학교는 의무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를 합법적인 감옥에 가두고 전혀 자유롭지 못한 사고로 짜인 각본에 의해 길들이는 공간인 셈이다.


그때는 몰랐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순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학생들도 똑같다. 길들여지고 세뇌되어 모른다. 더해서,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의 학생들도 그렇고 우리는 다 컸다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청소년에 불가하다. 그러기에 어린 우리는 합법적으로 비친 학교생활을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배우 서현진 님과 라미란 님이 연기한 ‘블랙독’이라는 드라마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다. 지금 소개된 이 책과 내용이 일맥상통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내가 그 드라마를 본 것도 아니지만, 기사를 접하고 느낀 내용은 역시나 합법을 가장한 학교의 폐쇄성에서 나온 모순이다.

단순히 학생들에게만 피해가 전가되지 않는다. 선생님들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느끼고 입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폐쇄적 모순에 동의하면 선생님도 학생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모순을 부축 인다. 학생이던 선생님이던 차별을 당연시하는 구조다. 근무유형과 성적에 따라 서열화하고 구분한다.


이 책이 비평을 담은 책이라 책의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이렇게 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을 고민해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한 번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은 합법을 가장한 모순의 공간 학교!!


조금은 색다른 주제를 다룬 멋진 비평서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를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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