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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Nov 23. 2020

건강검진

어느 순간부터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격년에 한번 받던 건강검진이 어느새 매년 받아야 할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사회생활 초년의 검진을 받기 전 두려움도 사라졌다.

건강한 시절엔 두려움을 갖고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금은 두려움이 없는 아이러니가 우습다.

대장 내시경을 위해 마시는 약도 이제는 익숙하다. 

약이 날이 갈수록 소형화되니 좋다. 

올해 마신 약은 재작년의 딱 절반이다. 

대장과 위 내시경을 동시에 받을 땐 위, 아래서 동시에 찌르고 들어온다. 

물론 난 느낌이 없다.


“약 들어 갑니다.”


이 멘트와 함께 기억이 단절되고


“이제 일어나세요.”


 이 멘트와 함께 일어나면 모든 내시경 검사가 완료된 상태다.

이번 수면 내시경도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다.

수면 내시경만 받으면 온몸이 개운하고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뭐, 우리 제군들은 ‘중독된 거 아니냐’고 놀려되고 걱정하는데, 좋은 건 좋은 거다.


혈압약을 처음 복용하기 시작한 때가 사회 생활을 갓 시작한 30 초반이었다.

3대 성인병의 하나라는 고혈압이 내게 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나는 하늘이 무너지고 ‘곧 내가 죽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 당시 그 긴장감으로 더 떨고 놀래서 혈압이 상승한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아침마다 한 알씩 복용한다.

그때는 충격으로 그 좋아하던 담배도 절연하는 큰 결심도 있었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혈압약을 복용하며 가장 괴로운 일은 역시 약 타러 가는 일이다.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보다 약 타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괴로운 현실이다.

꽤 오랜 기간을 같은 약을 복용하는데 내 몸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선생님, 혈압약은 내성이 없나요?”

“네, 혈압도 잘 유지되고 계시네요. 특별한 내성이 없는 약입니다.”


검진결과가 우편으로 집에 도착했다.

역시 허리가 문제다.

5~6년쯤 전인가? 갑자기 허리가 무거워지더니 걷기조차 힘들어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조그만 움직여도 허리를 쥐어짜듯 아프고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버텨왔다.

주기적으로, 특히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어김없이 허리가 아팠다.

그런데 지금은 그 주기가 빨라졌다.

자다가 119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갔고, 회사 화장실에 쓰러져 업혀 실려간 적도 있다.

그래서 그 주기를 다시금 늦추고자 운동을 한다. 지금의 나는 내 몸을 위해, 아니 정확히는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일은 힘들어도 꾸준하게 GYM을 찾아 러닝머신을 달려준다.

하지만 술을 마시거나 누워 빈둥거릴 때는 생생하던 내 몸은 ‘운동 좀 갈까?’ 싶으면 어느새 천근만근으로 바뀐다.

건강을 위한 운동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드문데, 이 또한 큰 결심없이 꾸준함을 유지하기 힘든 현실이 비참하다.

내게 건강을 위한 운동은 참으로 어려운 승부다.

키가 얼마인지 몸무게는 어떤 지가 제일 궁금했던 그 시절로 돌아 갈수 없다.

현상유지, 이 것만이 내 몸을 위한 최선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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