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륵, 파르륵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아직은 도툼한 겉옷을 입고 다니지만 봄이 오는 설렘은 매년 즐겁다.
올해도 며칠 상간으로 피었다 지는 벚꽃을 보기 위해 많은 연인들이 그리고 가족들이 나들이 길에 오를 것이다.
“제군들, 이 번 주말에는 꽃구경들 가나?”
“그럼요, 어디로 갈까 고민중이지요 ~, 팀장님은 주로 어디로 가시나요?”
“나? 음, 나는 말이야 바로 여기로 꽃 구경을 가지.”
유홍준님의 명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유심히 읽어보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찰이 틈틈이 소개된다.
우리나라는 정말 절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많이 소개가 되어 모두 소개하기는 좀 어렵고 기억에 남는 몇 곳만 말해 본다.
첫 번째는 뭐니뭐니 해도 영주 부석사(浮石寺)다.
날으는 돌 만큼이나 유명세를 타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면 정말 가슴이 뻥 뚫리게 시원함을 느낀다.
부석사의 방문은 개인적으로 겨울이 제격이다.
적당한 오르막을 올라 마주하는 청량한 바람은 영주 사과만큼이나 달콤하다.
두 번째는 부안 내소사(來蘇寺)다.
나같이 전혀 미적감각이 없는 무지몽매한 인간이 바라봐도 내소사 대웅보전은 화려한듯 아름답다.
옅은 주황으로 물드는 내소사의 아름다움, 그래서 내게 내소사 여행은 가을이다.
자, 이제 소개한다.
나의 봄 꽃구경은 바로 서산의 개심사(開心寺)다.
내가 찾는 그 봄의 개심사다.
내소사에게 살짝 미안하지만 개심사의 아름다움은 최고다.
내게 내소사가 화려한 아름다움이라면 개심사의 아름다움은 내 표현으로 수줍음이다.
직접 가보면 안다.
그런데 이곳에 매년 봄이면 벚꽃이, 그것도 어디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던 청 벚꽃이 만개한다.
최근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래도 꼭 한번 가서 볼만한 장관이다.
“정말요? 청 벚꽃이라는 게 있어요?”
“그럼 있지. 아, 그리고 올해는 늦었고, 내년 2월 말? 아니면 3월 초순에는 꽃구경을 바로 여기로 한번 가봐”
“또 멋진 곳이 있어요? 어디요?”
순천 조계산 선암사(仙巖寺) 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이다.
덕수궁 돌담길만큼 유명하지도 길지도 않지만 선암사의 20M 남짓한 돌담길은 최고다.
특히 봄의 초입에 피기 시작한 매화와 어울린 돌담길은 눈이 호강하게 아름답다.
남해의 신선이 사뿐히 땅에 내려
달밤에 흰 옷 입고 와서 문을 두드리네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매화성개(梅花盛開)에서
아름다운 사찰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계절 여행지로 소개하다 보니 4곳만 이야기했지만,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의 무위사(無爲寺), 소싸움의 고장 청도 운문사(雲門寺)도 꽤나 아름다운 사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