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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러스엑스 Jan 24. 2019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author - Eskimo I BX Designer

글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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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로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넷플릭스가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공개해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2017년에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의 이름은 '앱스트랙트'인데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Abstract_The art of design_2017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8명은 각 분야에서 디자인 혁신을 가져다준 쟁쟁한 디자이너들로 그간의 작업들과 그 근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방송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던 분야의 디자이너와 그들의 생각에 대해 알게 된 시간은 그간 흔히 접할 수 있는 디자인 결과물을 보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는데요.


저는 그때의 좋은 기억을 살려 이번 글을 통해 플러스엑스에서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들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저의 가까운 지인들인 회사의 친구들을 통해 본인들은 어떤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받고, 왜 그 디자이너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들으면서, 내가 몰랐던 디자이너를 알아봄과 동시에 그 디자이너를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사고를 엿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이야기해주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1. TP


안녕하세요. 저는 플러스엑스 TP라고 합니다.

전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대학교 선배 문상현 디자이너를 말하고 싶은데요, 조금 과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분이 제 인생에 그래픽 디자인에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분은 저처럼 외국에 오래 계신 분이라 다방면으로 경험이 많으신데 그걸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동경심이 드는 분이에요. 좋아하는 작업 중 하나를 말하자면, 그 형이 대학교 졸업전시에서 한 'ZXX Typeface'라는 작품인데요.


https://vimeo.com/42675696

ZXX Type Specimen Video from Sang Mun on Vimeo.


그 타입 페이스를 설명드리자면 컴퓨터가 타입 페이스를 인식하지 못하게 끔 하는 타입이에요. 당시 졸업전시의 주제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야기 었는데요, 현 디지털 시대에는 기계가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환경에서는 모든 정보가 쉽게 공유가 되잖아요? 그 타입이 그걸 반항하는 행위 었다고 해요. 제가 느끼기엔 그 작업은 디자인을 넘어서 일종의 움직임이라고 느낄 만큼 임팩트가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하는 게 본업이지만 그걸 넘어 사회적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걸 그 형을 통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디자인으로 사회에 저런 메시지를 줄 수 있구나'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거죠.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뜻을 전달하고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Taller


Joost Grootens(요스트 흐로텐스)는 네덜란드의 게르트 리트벨트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전반적인 그래픽 분야(인쇄매체: 대표적으로 서적)의 작업물을 생산하는 스튜디오예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 빔 크라우얼, 카렐 마르텐스처럼 더치스럽고 모던함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인문학적 접근 방식을 토대로 인문학, 건축학 등에 관련된 순도 높은 서적을 Nai press / Phaidon 등등의 유수의 출판사와 협업하여 제작해내고 있어요.


http://www.joostgrootens.nl


Joost Grootens의 수많은 그래픽 작업 중 'Vinex Atlas'와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인포그래픽은 현업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제게 언제나 설레고 흥미로운 시각물이에요. 또한 ‘I swear I use no art at all’이라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Joost Grootens의 정점의 타이포그래피를 볼 수 있는 서적이고 아직도 이 책은 구입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내로는 Workroom을 정말 좋아해요. Workroom은 박활성(기획자), 이경수(디자이너), 김형진(기획/디자이너) 3명을 주축으로 결성한 스튜디오로 Workroom과 Workroom press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Workroom의 작업은 인문학적 접근방식과 가장 본질적인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이 다수를 이루며, 대기업 BI부터 미술관 도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쇄물 및 아이덴티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http://wkrm.kr


예전에 이경수 디자이너개인전에 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전율은 아직까지도 정말 생생해요. 특히 그중, 한 가수의 앨범과 관련된 포스터 작업이 있었는데 그 가수의 노래의 운율과 박자에 맞춰 일일이 조판된 포스터는 가히 압권이었죠. 그 가수의 노래를 BGM으로 재생해놓고 포스터를 감상하고 있으면 저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무지가 부끄럽기도 했고요. 종종 Workroom press에서 생산되는 단행본들을 구매하고 행복해하기도 합니다.(웃음) 이밖에도 미장센 같은 타이포를 기반으로 한 BI 작업 역시 제게 좋은 영감을 주곤 했어요!




#3. MMM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Josef Muller-Brockmann(요제프 뮐러 브로크만)과 Max Bill(막스 빌)이에요! 생각해보면 90년대에 활동한 한 시대 전의 디자이너들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작업으로는 특히 Josef Muller-Brockmann Musica Viva Poster(뮤지카 비바 포스터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처음 이 포스터 시리즈를 접했을 땐 감으로 한 듯한 그래피컬한 인상이었는데 찾다 보니 모든 작업에 그리드가 짜져 있는 시스템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개인작업 성향이 그리드를 맞추는 걸 좋아해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Viva Musica poster series, Switzerland (1951-1961), 출처 : www.kamarupa.co.id


디자인 에이전시로는 Pentagram(펜타그램)을 정말 좋아해요! 펜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작업은 몇 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John lewis 작업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모티프인 스트라이프를 사용해서 아이덴티티에 녹여낸 케이스인데요, 약간의 재미를 통해 익숙한 모티프를 많이 달라 보이게 해주는 인상도 있고 이걸 발전시켜 서체까지 연계시킨 점이 인상 깊었어요.


https://www.pentagram.com


마지막으로 너무 유명한 Mastercard는 주목받는 모티프 표현보다 로고타입을 좋아하는데요. 서체에 효과를 넣어 다듬는 그런 표현들을 개인적으로 엄청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FF Mark 폰트의 커닝 조정만으로 다듬은 마스터카드의 로고타입 같은 작업을 좋아해요.




#4. Vitamin G


최근에는 패션 디자이너들을 자주 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패션 디자이너 Craig green(크레이그 그린)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최근 일로써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하다 보니 학생 때처럼 자유도가 있는 작업을 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어요. 물론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정말 많지만 원래 제가 좋아하던 스타일과는 다르단 생각이었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 Craig green의 자극적인 색감 사용이나 영상 등을 보면 앞서 말한 그런 부분들이 해소가 되는 느낌이라 좋아요. 또한 자기 브랜드를 설치 미술 등 여러 가지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 강력하게 보여주더라고요. 이런 브랜드 PR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기도 해요.


https://www.instagram.com/craig__green/


국내에선 페이퍼프레스박신우 디자이너를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제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요! 인쇄라는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표현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특히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린 안녕 낯선 사람 특별섹션 포스터를 좋아해요.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자유롭게 디자인하는 감이 정말 좋아서에요!


 https://paperpress.kr




#5. GS


저는 개인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튜디오 Bruch Studio를 말하고 싶은데요, 비핸스를 보다가 감각적인 이미지가 심상치 않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https://studiobruch.com/en/sabotage/#All-Projects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패키지, 사이니지 영역만 다룰 때도 있고, 전반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다루기도 하는데 어떤 작업이든 퀄리티가 높고 그들만의 감각이 돋보여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또, 스튜디오에서 찍은 정석적인 이미지가 아닌 그들만의 감성으로 찍는 이미지도(특이한 소품을 두고 찍는다든지 나무 그림자 밑에서 찍는다든지 등등) 상당히 매력 있고요! 오스트리아 지방에서 3명이 운영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상당히 궁금한 스튜디오입니다.


국내로는 CFC, Practice Studio, Ordinary people 등 무수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인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부딪히는 벽이 참 많고 어렵다고 느끼는데요, 이런 벽을 극복하고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을 찾아 시장에서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모든 디자이너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6. HDMI


제가 말하고 싶은 디자이너는 많은 분들이 존경하고 있을 Dieter Rams(디터 람스)입니다! 

디터 람스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존경받으며  그의 철학은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요, 저 또한 디터 람스 디자인 철학을 늘 지향하고 있어요. 디터 람스의 철학 중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라고 말하는데 이 두 문장이 크게 와 닿았어요.


출처 : https://www.wired.com


저희 UI팀에서 하는 작업은 시각적 표현도 중요하지만, 명확하게 UI를 구성하고 시각화하여 사용성을 높이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에요. 또한 많은 디바이스와 다양한 해상도, 브라우저마다 다른 표현 방법, 각 서체의 높낮이에 모두 디테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그의 철학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 우리가 하는 작업과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항상 작업을 하면서 그의 철학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




#07. DDOBO


저는 Shigeru Ban 시게루 반 좋아하는데요. 일본 건축가예요. 디자이너 아닌데 괜찮을까(웃음). 페이퍼 건축으로 유명하고 계속 자연친화적인 공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종이 펄프로 건물 기둥을 세우는 시도를 한다거나 그 건물의 쓰임도 재난 있는 곳에 쓰일 대피소 같은 것으로 시도를 많이 했고요.


https://www.ted.com/talks/shigeru_ban_emergency_shelters_made_from_paper?language=ko


요새는 목조 공법 중에 이음새를 만들어 끼워지는 형태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고, 단순 디자인의 심미성이 아니라, 이 디자인을 왜 하는지, 누구한테 필요한지, 그럼 어떻게 무엇을 사용할지 에 대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되어있고 그 안에는 혁신도 있고 인도주의적인 역할도 있는.. 그런 건축가예요. 특히 모든 것에 명분이 있고, 그의 디자인이 세상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서 좋아요. 시게루 반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학부 때 건축 교양 수업 들으면서 알게 됐고요, 그때 시게루 반이랑 일본 건축물들 보러 일본 여행도 여러 번 다녀오기도 했었어요. :)




#8. BRBRRI


저는 Watson DGFuge Agency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https://www.behance.net/watsondg


https://www.behance.net/fugeru


두 곳 모두 비핸스를 통해 알게 된 에이전시예요. Watson DG는 영화와 관련된 사이트를 제작하는 곳인데요, 영화의 내용과 무드, 사운드 등을 고려하여 콘셉트를 잡고 그 콘셉트와 어울리는 인터랙션과 디자인 요소들을 잘 녹여낸다는 점이 좋았어요. Fuge는 레이아웃을 다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정돈되고 일정한 질서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작업을 할 때 많이 참고하고 있는 에이전시입니다.


또한, 국내로는 김종민 UX 엔지니어분의 작업물을 좋아해요.


http://blog.cmiscm.com/


개인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작업물이 다 재밌더라고요. 작업마다 콘셉트가 명확하고, 그것을 코드로 구성된 인터랙션으로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대단한 거 같습니다. 김종민 님의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책을 읽었는데, '움직임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과 인터뷰 등을 통해 본 그분의 마인드와 노력이 존경스러웠고 작업 물들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우리 구성원들에게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냐'라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했을 때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전달해주는 모습은 정말로 이 디자이너를 사랑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필자 또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시간이었고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도 그러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정성스럽게 인터뷰에 응해준 8명의 동료 디자이너, 기획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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