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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러스엑스 Aug 05. 2021

브랜딩을 전공하였습니다.

author -  송지영  |  BX Strategist

2020년 8월,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한국은 코로나가 터진 지 반년이 지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꽤 마스크에 적응된 생활을 하고 계셨을 수도 있고,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어 새롭게 홈 오피스를 꾸몄던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정확히 1년 전, 필자인 저는 Zoom을 통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대학원에서 브랜딩을 전공하던 저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5월에 강제(?) 귀국하였고, 이후 세 달이라는 시간 동안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며 학업을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곳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바탕으로 플러스엑스 BX 전략팀에 합류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플러스엑스에 들어오기까지, 어쩌면 들어온 후에도, 전공을 말할 때 수십 번 듣고 수십 번 대답을 망설인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브랜딩 전공은 뭘 배워요?'


누군가 군대 썰을 풀어놓는 것만큼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쩐지 저는 단 한 번도 이 질문에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글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 누군가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브랜드를 사랑하고 브랜드와 관련된 업을 가진 누군가에게 닿아 좋은 인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브랜딩 전공?

| School of Visual Arts

School of Visual Arts는(이하 SVA)는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예술 대학입니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 애니메이션 전공이 잘 알려진 학교이고, 학교 전반적으로 실무에 바탕을 둔 교육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교수진이 현직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이며, ‘I♥NY’ 로고를 제작한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펜타그램 최고 파트너 중 하나인 폴라 셔(Paula Scher)와 같은 분들이 대표 교수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Masters in Branding

Masters of Professional Studies in Branding(이하 MPS Branding)은 브랜딩 전문가 양성을 위한 1년 석사 과정입니다. 1년은 3학기로 나뉘며, 학문적 연구에 집중하는 가을 학기, 클라이언트와 협업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봄 학기, 마지막으로 논문 과정인 여름 학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SVA West 캠퍼스 빌딩의 11층 브랜딩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이 공간을 단체 랩실처럼 자유롭게 사용하였습니다. (참고로 올 가을부터는 기존의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방식인 ONSITE 프로그램과 새롭게 개설된 ONLINE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합니다.) 


MPS Branding은 데비 밀먼(Debbie Millman)과 스티븐 헬러(Steven Heller)에 의해 2010년 설립되었고, 데비 밀먼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데비 밀먼은 뉴욕의 브랜딩/디자인 에이전시인 Sterling Brands에서 21년 동안 활동하면서 버거킹, 허쉬, 하겐다즈, 트로피카나, 스타워즈, 질레트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브랜딩을 담당하였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자이자 작가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가장 오래 운영된 팟캐스트 중 하나인 Design Matters의 호스트로서 디자인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비 밀먼을 중심으로 20명의 교수진이 있습니다. 대부분 Interbrand, Vaynermedia, Jones Knowles Ritchie, Sterling Brands, The Nucleus Group 등 크고 작은 브랜딩 에이전시의 임원진이거나 P&G, Johnson&Johnson과 같은 브랜드의 디렉터이며, 주로 각 에이전시와 브랜드의 실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외에 26명의 전문 멘토는 학생들과 1:1로 연결되어 3개월 간 학업과 진로 전반의 멘토링을 담당합니다.



브랜딩 전공은 뭘 배워요?

MPS Branding 과정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설계하는 방법부터, 브랜드 전략의 역할, 그리고 그 전략이 브랜드 활동 전반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합니다. 역사, 경제, 문화인류학, 통계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과 브랜드를 연관지은 강의와 매해 다른 2-3개의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팀 단위로 진행되는 논문 발표, 브랜딩 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모든 과정을 크게 2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나'라는 브랜드

우리는 매일 수많은 브랜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에 닿는 대부분이 브랜드입니다. 나아가 한 사람이 선택하고 소유한 브랜드를 모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브랜드와 소비자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나'라는 브랜드를 관찰하는 것이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MPS Branding의 많은 강의는 ‘나’라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소유한 물건 중 가장 불필요한 물건을 선정해서 다시 자신을 타겟 소비자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여러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방문해 제품 배치 방식을 살펴보거나 브랜드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경험하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유한 전략을 분석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수업 내용이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데비 밀먼이 업계에서 오래 인정받는 비결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 역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딱딱하게 분석하기보다는 ‘나’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고유하게 해석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지와 어떻게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것인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움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의 중요성을 깨우쳐주었고, 더불어 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브랜드, 의미의 확장

MPS Branding에는 일반적으로 학사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가 온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다가 온 학생들도 있고 여러 의미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한 명 있는데, 이 학생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브랜딩 전문가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통해 미국의 대선에는 각 후보의 퍼스널 로고 디자인부터 캠페인 활동까지 전략을 세우고 실행을 담당하는 브랜딩 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브랜드’는 반드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상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사례와 같이 특정 사람이나 사회·문화적 이슈에 브랜딩의 개념을 대입하는 것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여러 형태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MPS Branding의 첫 학기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주제로 리브랜딩 전략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상업 브랜드에서부터 사회, 문화, 종교, 예술, 국가 등 삶의 모든 요소가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맡았던 주제는 천주교, NASA,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하는 공간(Workplace)이었습니다. 이러한 예제를 통해 저는 ‘브랜드’라는 개념을 확장시켜 이해할 수 있었고, 브랜딩은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020년 3월 9일, 스튜디오 수업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토론과 팀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전공 특성상 2주 정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최대한 빨리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오자고 약속했지만,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SVA Theatre에서 진행되었던 논문 발표는 코로나로 인해 최초로 Zoom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한국보다 뒤늦게 코로나가 터진 뉴욕은 휴지 대란이 일어났고, 관광객이 넘치던 그 도시는 텅 빈 유령 도시가 되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Zoom 미팅 스케줄로 자취방 밖에 나갈 일이 없었고, 운동복 바지 위에 정장을 입고 클라이언트 미팅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걱정하시던 부모님은 끝내 저를 한국으로 불러들이시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후 세 달 동안 13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며 학업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변화의 흐름은 사실 그 당시 굉장히 어색했고, 어려웠고, 누구도 쉽게 이런 현실에 적응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잠깐 뿐일 줄 알았던 마스크 생활, 재택근무, 시공간을 넘나드는 Zoom 미팅, 14일의 자가격리 등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 모든 요소에 우리가 어느새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MPS Branding에는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단어가 주제인 강의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현상을 찾아 관찰해보면서, 이 현상이 유행이 되었다가, 문화로 자리 잡고, 나아가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으로 고착되는 흐름을 파악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해가는 시대정신에 대개 브랜드는 각자의 방법과 색깔로 빠르게 반응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브랜드가 특색을 잃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인사이트 공유

MPS Branding at SVA 

Website https://branding.sva.edu/

Instagram @svabranding


100 days project

MPS Branding 과제 중 하나로, 매년 학생들이 각자 주제 하나를 선정해 100일 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 중 인사이트가 될 만한 프로젝트를 선정해보았습니다.


Brand Spirit by Andrew Miller LINK

Hello Fears by Michelle Poler @hellofears


해외 에이전시

Jones Knowles Ritchie jkrglobal.com

Sterling brands sterlingbrands.com

Chermayeff & geismar & haviv cghnyc.com

Vaynermedia vaynermedia.com


브랜딩/디자인 관련 팟캐스트

Design Matters by Debbie Millman

Brand Box by Dr. Tom Guarriello & Mark King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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