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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WL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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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Aug 31. 2021

짧은 글) 마음에드는 그림체를 봤지만...

우연히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접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이기도 했지만, 동화 같은 그림체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만화책을 보고 나서 두 번째 봤을 땐 그 작가의 선을 관찰했다.

아... 이 사람은 주름선을 이렇게 그렸구나

명암은 선으로 곧게 그렸네?

어느새 난 그 작가의 그림을 습작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나의 그림은 그 작가처럼 되지 못했다.

예전 인스타그램의 어느 작가 그림을 보고 그 역시 흉내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의 그림체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는가?

십수 년을 그렇게 그린 나의 그림체는 손마디의 굳은살처럼 당연한 그런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났을 텐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런 화보단 무기력이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싸구려 양주를 한잔 따라 삼켰다.

뜨거운 알코올로 인해 가벼운 기침이 터졌다.


8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021년은 내가 무언가 한 날 보다 그냥 멍하니 보낸 날이 월등히 많았다.

브레이브걸스를 보며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라는 희망과 두근거림은 찰나와 같았고,

나의 무기력함은 영겁의 시간 같았다.


무엇이 내 앞에 놓여있을까?

그것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나는 그 답을 알면서도 모른 척 또 되묻는다...

싸구려 양주는 시간처럼 비워져만 갔다...


젊을 적의 나는 힘들 때마다 난 다른 이보다 우화의 시간이 길다 여겼다.

유충이 땅을 뚫고 나무에 올라 탈피를 하는 순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고귀한 시간..


나는 우화를 기다리는 어린 유충일까?

아님 허물을 벗다 죽은 유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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