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WL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uto owl Dec 08. 2021

에세이) 나의 글은...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덤으로 좋은 그림, 일러스트도 그리고 싶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전엔 내가 그림만 올리면 무수히 많은 좋아요를 받을 것만 같았다.

흔한 말로 ‘내가 얘보단 몇 배는 잘 그려. 그러니까 내가 그림만 올리면 수많은 팔로워들이 생길 테고,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내가 그린 그림들은 좋아요 30개 받는 것조차 버거웠다.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은 또 어떠한가?

브런치에선 좋아요가 아니라 조회수가 30을 간신히 넘긴다.

다음 날이 되면 조회수는 한자리다.


처음엔 ‘꾸준히 올리면 늘겠지.’하고 하루하루 부지런히 그리고, 적어 올렸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그런 주인공의 노력이 보상을 받고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내가 주연인 나의 드라마에선 그런 일이 없다.

나의 글은 창고 안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폐지 같은 존재다…


인정하자!

지금 나의 브런치를 보면 재미가 없다.

예전의 글들은 뭐랄까…

나만 재밌고, 나만 공감한달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고양이 사진…

고양이의 빙구(?) 미가 수만의 피드를 만들고, 유명 모델의 셀카 사진 역시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나의 글과 그림은 파생력이 없다.

퍼져 나가지 않는다.

공감을 얻지 못한다.


주변 지인은 그런 내가 안타까워 몇 가지 조언을 들려준다.

하지만 그들의 조언은 방구석 폐인인 나에게 경험하지 못한 것을 창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남들에겐 리얼인 세계도 나에겐 현실을 가미한 허구일 뿐이다.


그들은 실망하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욕을 내뱉고, 어정쩡한 재능이라며 나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고, 도망쳐도 결국엔 늘 제자리다.

난 항상 잘 그리고 싶고, 잘 적고 싶다.

그런 바람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나만의 소설을 쓰고 있다.


물론 재미는 없다. 아니 나만 재밌다.

글로 만든 나의 세계에서 많은 일이 발생하려니 말이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출판사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요즘 근황을 묻는 질문에 글에 대한 얘길 나눴다.

대표님께선 읽어보고 싶다며 나에게 쓴 글을 보내달라 하셨다.

사실 난 그분이 글을 읽고 긍정의 대답이 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오히려 발가벗겨질까 봐 부끄러웠달까?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짧게나마 작성한 글을 보내 드렸고 이튿날 약간의 피드백을 받았다.


대표님은 웹소설을 기대하셨는데, 내가 쓴 건 그냥 소설이었다.

좋게 포장하자면 정통파랄까?


체계적인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 내가 정통파라 말하니 조금 부끄럽다.

나는 문예창작과 나, 국문과를 나오지도 않았으며 아카데미에서 조차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소설이라니…

에세이 만이라도 잘 적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표님께선 글을 못쓴 건 아니라는 말씀을 해 주셨지만, 덤으로 재미도 없단 말씀도 주셨다.

혹시 웹소설 쪽으로 나가고 싶다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주셨다.

그렇게 글의 품평과 안부로 전화를 마무리한다.


사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의 글은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좀 더 확실해졌달까?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게 좋은 것을….

종종 책상 앞에 앉기가 싫어 딴청을 부리거나, 도망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피아노 건반 위의 손가락처럼 춤추듯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조만간 나는 나의 소설을 여기다 올릴 것이다.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꾸준히 적는 정도?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아니!!!

나는 즐거운 글을 쓰고 싶다.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거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다.

나의 글이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그날 어머니는 길을 잃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