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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ul 02. 2021

이렇게 하면 망하는 커피이야기 04...

부동산 중개업자는 나에게 은인일까? 빌런일까? (상)

이 글을 씀에 앞서 나의 개인적 견해이며 경험임을 밝힌다.

사실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나의 글이 자칫 그들의 직업관을 폄훼하거나 모욕, 무시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하지만 이는 내가 가게를 구하면서, 그리고 가게를 내놓으며 겪은 경험이기에 모든 부동산 중개업자가 다 그러하다 말하긴 어렵단 걸 밝히고 이야기할까 한다.

내가 부산 중앙동 40계단 근처에 가게를 구하게 된 건 2014년 3월이었다.

물론 그전 연도인 2013년 5월부터 가게를 구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했던 터였다.

2013년도에 약 2년 정도 부산대학교 거리에서 커피일을 하다, 사장과의 트러블로 나오게 된 게 계기였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더 이상 구직활동도 힘들다고 생각했던 차 ‘사장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네가 하면 나도 한다’라며 호기롭게 뛰쳐나왔던 터였다.

커피 경력이야 이것저것 긁어모으면 6,7년은 되는 듯했고, 내 가게를 꾸리고 싶단 욕심도 있었다

마침 일도 그만뒀으니 가게를 알아보자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네이버 카페엔 부동산 카페가 왕성히 활동했던 터라 상당수의 가게 임대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것처럼 카페에 올라온 매장은 늘 한결같이 올라오는 매장이었다.

한 달 정도 네이버 카페에 상주하다 보니 항상 보는 가게가 대다수였고, 가끔 새로운 임대매장이 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내가 관심 같기엔 가격 또는 위치가 맘에 안 드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처음엔 카페 카테고리만 보다 음식점, 미용실, 핸드폰 가게 등 찾아볼 수 있는 카테고리는 다 뒤져 보게 됐다.

그렇게보고 늘 드는 생각은 ‘아니! 어떻게 여기다 가게를 할 생각을 했을까?’였다.

물론 가게를 낸 사람은 자신만의 기술 또는 자신감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그냥 한 발짝 떨어져 보는 나로서는 여기 하면 망할 거 같다고 생각한 그런 매장들이 즐비하게 올라왔다.

그래도 행여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면 역시나 라는 실망감과 아쉬움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이런 매장이 쌀까?

아니 그렇지 않다.

권리비는 권리비 대로 비싸다.

흔한 말로 1년도 안된 매장이다, 개인 사정으로 내놓는다, 다시 본업으로 복귀한다 하며 가게의 컨디션(?)이 좋다며 집기며 인테리어 다 새거나 다름없다 하며 자신의 시설투자비용을 다 떠넘기려는 속마음이 너무나 눈에 띈다.

위치는 예외로 둔 다 치고 시설을 그대로 쓴다면 혹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맘에 드는 내부공사를 결정하게 되면 비용은 당신의 예산을 뛰어넘게 되리라.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이미 초과된 금액과 추후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통장잔고만 들여다보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

앞장의 권리금 편에서 말했지만 나가려는 사람은 최대한 권리금으로 상환하여 받고 나가고 싶어 한다. 가게 포스기의 매출을 보여주며 이만큼 나온다, 보장한다 라며 온갖 감언이설로 계약을 맺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나에게도 이만큼 벌린다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업종 자체가 다르다면?

네이버 카페에서 웬만한 매물을 다 보게 되면 그다음 눈에 들어오는 건 벼룩신문이다.

네이버 카페와는 다르게 몇 줄로만 설명해서 너무나 한정적인 정보다.

벼룩신문에 올라온 매물은 대부분 부동산이 관리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문의 매물 문의는 그다지 관심 없어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신문에 올라온 거 말고, 카페에 어울리는 매장이 있다.

어느 구를 찾고 있나?

몇 시까지 우리 부동산 오면 안내해주겠다.


내가 얻고 싶은 정보는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 말만 했다.

나이 드신 분일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두드러졌다.

처음엔 괜찮다고 끊었다

아직은 나 스스로 찾을 수 있단 믿음이었다.


네이버 카페도, 벼룩신문도 내가 원하는 가게가 안 보이니 이젠 무작정 발품을 팔아야 했다.

움직이기 전 나는 어떤 가게를 찾을 것인가 생각했다.

1. 오피스 상권

2. 평수는 6~8 평

3. 월세는 60 이하 권리금은 최대한 싸게…

이렇게 정하고 오피스 상권을 추려봤다.

a. 동래지하철에서 동래시장, 동래구청의 반경

b. 연산로터리 반경 2킬로 정도

c.  범일동 일대

d. 부산역에서 초량동의 오피스 일대

e. 중앙동 무역회관에서 kt까지, 40계단 일대


이렇게 정하고 나니 뭔가 한 개는 얻어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각 구역은 1주일씩 관찰하기로 했다.

다음날 출근시간, 점심시간 어느 곳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 같이 걸었다

직장인들이 어느 길을 선호하는지, 많은 인구가 어떤 흐름으로 이 구역을 도는지 지켜보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어느 정도 핫한 라인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엔 임대가게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그 주변엔? 역시 없다.

그렇게 사람이 도는 곳엔 임대란 글자를 찾을 수가 없다.

정말 간혹 매장 앞에 임대란 글을 보게 돼도 그 평수와 가격은 내 예산을 웃돈다.

아무리 테이크 아웃이라도 월세 60 가게는 오피스 상권에선 찾을 수가 없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소위 유동인구가 있다란 곳은 오피스, 동네 할 것 없이 월 100은 기본이었다.


내가 정한 오피스 상권은 위의 과정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똑같이 실망했다.

사람들도 아는 것이다.

어디가 핫한지

여기서 뭘 팔아야 돈이 되는지

큰 식당 옆엔 당연하단 듯이 커피점이 있었다.

딱 내가 하고 싶은 평수. 직장인들이 그 앞에서 주문을 하거나, 옆 후미진 곳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피스 상권에서 이런 노른자를 누가 내놓으려 하며, 빈 가게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나의 다른 선택은 부산대, 경성대, 부산여대 등 소위 대학가 상권이었다.

하지만 대학가 상권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엔 그 당시 핸드폰 대리점이 차지했다.

아무 시설도 안 되어있는 곳이 자리 권리금만 3000~5000만을 호가했다.

월세 역시 세 자리 단위였다.

대학 후문가 또는 골목길엔 나 같은 사람이 이미 자리를 선점한 뒤였다.

이런 상황이 답답했다.

시간은 아무 수입 없이 몇 개월이 흐른 뒤였다.

이전까지 난 커피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꺼라 생각했다.

네이버 카페에 그렇게 많은 매물이 올라오는데 내가 원하는 가게 하나 없을까? 했지만 카페에 올라온 가게는 카페 할 위치가 아닐뿐더러, 여기서 수입을 창출할 자신이 없었다.

가게 월세가 싸면 권리금이 비쌌고 권리금이 싼 곳은 내가 들어가고 싶은 자리가 아닌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나에게 자본금이 넉넉했다면, 그냥 카페 알바 잘할걸, 왜 그만둬서 하는 후회와 무력함이 하루하루 쌓여갔다.


그날도 그런 무력함에 지칠 대로 지친 날이었다.

부산 중앙동에 임대 나온 가게가 있어 보러 간 날이었다.

주점이랑 식당을 했던 가게였는데, 알고 보니 무허가 건물이었다.

이왕 온 거 중앙동 일대를 두리번거리며 지나갔다.

그렇게 중앙동 kt부터 오피스 상권을 지나 40계단을 훑다시피 했을 때 누군가 내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혹시 가게 구하세요?’

내 뒤엔 남자 2명과 나처럼 가게를 구하는 중년 여성 이렇게 3명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이렇게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걸어 다니는 게 계속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넨다.

나에게 어느 지역을 선호하는지 금액은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나는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내가 찾고자 하는 지역과 금액을 말하며 말미에 장사가 잘 될꺼같으면 지역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말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내 연락처를 챙겼고, 내가 원하는 지역은 정리해서 연락 준다며 담에 보자 하며 그들은 중년의 여성과 함께 다른 가게를 보러 갔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뭐에 홀린 듯 그 부동산 중개인과 가게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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