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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an 18. 2022

나는 1월이 어렵다...

나는 1월이 어렵다.

항상 그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쓸데없이 1살을 더 적립하는 것도 있지만.

1월 달엔 근거 없이 대박을 기대하거나, 뭐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랄까?

다 잘될 거란 말이 1월엔 마법의 단어처럼 들릴 정도이다.


하지만 나에겐…

적어도 나에겐…

작년만큼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환경.

그리고 점점 나빠지는 나의 상황.


나에게도 뭔가 긍정적인 결과물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기대해볼 법 하지만

인생의 싸움에서 이겨본 적 없는 나로서는

위의 긍정의 분위기가 너무나 부담스럽다.

결국 새해는 숫자 12에서 1로 회귀하는 정도로 나에겐 심드렁한 일이다.


어떤 이는 새해 뜨는 일출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그 소망을 이루고자 행동으로 옮기는 그 순간에도,

나에겐 1월 1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1월 1일이 되었다고 지구의 자전축이 꺾이는 것도 아니요.

어제와 오늘이 무 자르 듯 탁! 하고 바뀌는 것도 없다.

카운터가 리셋되는 것에 왜 그렇게 호들갑인가 하고 생각하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분명하다.

이건 삐뚤어진 성격 탓이 크다.

그리고 작심삼일의 기운도 한 몫하고 있으리라…

한때 나도 1월 1일에 기대했던 적이 있다.

작년, 어제의 나는 이제 없고,

해가 바뀌는 순간 나는 진취적이고 멋진 존재로 하루를 살아가겠단 다짐과 함께 이렇게 쭉 살아갈 계획을 세운다.

멋진 나로 살아가는 수십, 수백 가지 방법을 연구하며 더불어 내가 올해엔 이룰 계획을 머릿속으로 읊조리며, 이건 실행 가능하다 싶은 건 다이어리에 적어놓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 계획이 근사한들,

어제의 게으른 몸뚱이가 하루 만에 리셋되는 건 불가능하다.


나쁜 의미로 ‘사람은 고쳐 쓰는 건 아니다’라는 말이 나에게 이리 잘 맞을 수가 없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이 말 역시 너무 딱 들어맞는 말이다.

나란 인간의 설명서를 아무리 읽어도 알 수가 없다.

이런 몸뚱이로 올해의 성과를 내야 한다.

돈을 벌든, 자기 계발을 하든 뭐든 해야 하는데,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분명 이건 내 몸뚱이의 오류인데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오류만 수정되면, 내가 올해 계획한 멋진 내가 있을 것 같은데…’ 라며 아쉬워하는 사이에 몇 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래도 올해엔 뭔가 달라졌길 바라며 상반기 결산을 하면…

똑같다.

작년도, 재작년에도...

그럼 하반기에서 만회를 해야 하는데, 이미 망한 거 하반기에서 뭘 할 거냐며 나 자신에게 비아냥을 날린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연말…

방송을 비롯해 수많은 sns에서 올해의 당신은 어땠냐며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sns에서 보이는 휘황찬란한 결과물과 대비되는 나의 결과물은 너무나 초라하다.

마치 원빈과 나를 세워놓고, 누가 더 잘 생겼나 설문조사를 하는 거와 진배없다.

결국 나는 이 1년 동안 뭘 했나 자책하며 12월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다음 해 1월 1일

난 다시 태어났어.

어제의 실패한 나는 이제 없어.

다시 시작하자!!!


이렇게 기억까지도 초기화를 거친 탓에 나는 수십 년을 같은 인생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내 인생의 오류는 수정하지 않은 체 초기화만 거치니

인생이 어찌 재밌겠는가?


오늘의 나는 반복되는 어제의 의자에 앉은 내일의 나다.


이제 1월도 반이 넘어섰다.

아마 눈 깜박하면, 2월이 오고, 설날이 오고, 바로 3월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봄이라 잠시 느낄 찰나 여름과 더위가 그리곤 잠깐 가을이 오곤 어느새 겨울이라며 한해를 아쉬워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의미 없는 한 해를 보내는 건 1월의 내 탓이 너무나 크다.

계획을 세우고, 안 세우고 문제가 아니다.

1월을 맞이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이 제일 큰 문제이다.

시간의 유연하고도 무한한 흐름에 몸을 맡긴 탓에 12와 1의 의미를 너무나 모르고 살았다.

생각해보면 1월의 내가 할 일을 6월의 나에게 맡기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처럼 12월의 나에게 결산을 맡기니 결과는 나오지 않고, 상실감에 초기화 버튼만 눌러 댄 건 아닌지…


결국 이 모든 건 1월의 내가 하는 변명이다.

난 1월이 어렵다.

과연 1월의 내가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이 과연 12월의 나에게 닿기나 할까?

올해는 이렇게 지내지 말아야지 하는 작은 바람이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이다.

1월…

나는 네가 너무나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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