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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Apr 04.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02…

일하러 가는 길...

사람 운명이란 건 알 수가 없다.

부산 토박이로 살아온 내가 인천으로 올라온 것도 놀랍고,

더군다나 내 손에 펜이 아닌 삽이 쥐어줬다는 게 더 놀라웠다.


이모부는 형틀목수를 몇십 년 하다 지금은 반장으로 현장 두루두루를 살피신다.

그런 그가 나에게도 형틀 목수를 해 보는 건 어떻냐고 권했다.

그의 눈엔 건장한 사내가 방구석에서 음침하게 지내는 게 썩 달가워 보이지 않았으리라...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나도 재정상 한계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감이랄까?

나의 글과 그림은 큰 관심을 못 받는다 생각했다.

거기다 게으르다.

죽기 살기로 적고 그려야 할 텐데 그러질 못했다.

이 모든 건 나의 게으름이 빚어낸 과오였다.


그렇게 3월 중순

난 지인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짐 몇 가지를 챙겨 인천으로 향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올라가는 내 내 심란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마음 한편에는 그의 핸들을 돌리고픈 마음이 수십 번도 더 요동쳤다.

하지만 현실은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인천에 닿았다.


그렇게 이모와 이모부, 사촌동생의 환대를 맞으며 함께 한 저녁….

 낯선 내 주변 환경이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몰아가는 듯했다.

내 존재마저도 이질감이 들게 할 만큼 그 공기가 조금은 두렵고 불쾌했다.


이모부의 배려로 현장근무는 다음날이 아닌 모레로 잡아줬다.

하지만 그 하루라고 마음이 편할까…

이는 흡사 군입대 전의 하루 기분이었다.

6평 정도 되는 원룸에서 가만히 있자니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허름한 공간 중에서도 제일 맘에 안 드는 건 세탁기였다.

낡디 낡은 저 철 덩어리가 제 기능을 낼까 의심스러웠다.


3층 원룸에서 바라본 월요일의 풍경은 양산이나 이곳이나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다른 건 내 주위에 감싸는 말로 표현하기 그 무언가였다.

나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잘할 수 있을까.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등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헤집어놨다.

하지만 별수 없지 않은가?

이미 나는 이곳으로 왔고,

좋든 싫든 이제 해야 할 일만 남은 것이다.


그나마 편한 점이라면 식사는 이모네 식당에서 할 수 있었다.

생활의 터전을 여기로 잡은 이모와는 달리 이제 막 타향살이를 한 나는 이모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모 역시 어머니를 통해 나의 굴곡진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삶의 이면까진 알지 못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결국 난 내 삶에서 진 게 아닌 게 하는 패배감이 풍선처럼 커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넘긴 밥알은 무척이나 딱딱하고 아무 맛도 없었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 둬야 한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었다고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항상 늦은 시간에 잠을 청한 탓에 뒤척이기만 할 뿐이었다.

잠이라도 빨리 온다면 이 상황을 잠시라도 잊을 텐데…

잠이 오지 않으니 온갖 쓸데없는 잡념들이 좁은 방구석 위에 둥둥 떠 다녔다.

그렇게 온갖 잡념과 한참 얘기를 나눌 때쯤, 난 얕은 잠을 취할 수 있었다…


얼마 자지도 않은 듯싶은데

알람이 귓 주변에서 울린다.

새벽 4시 하고도 10분…

평상시 같았으면 이제 잘까 하고 자리에 누웠을 시간이다.


잠을 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긴장감 때문일까? 육신은 흐느적거려도 정신은 또렷했다.

간단히 세면과 면도를 마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이모부와는 5시 20분 이모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기에 침대 모서리에 앉아 인터넷 뉴스거리를 보지만 역시나 쉽사리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 이제 인정하자...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는데 뭘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토끼처럼 바르르 떠는가?

모든 건 내 앞에 현실로 닥쳐왔으니 도망치지 말자.

그리고 이제 뭐 어쩔 건데!!!

내 안의 자신에게 신경질을 퍼부으며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나갔다.

새벽의 공기는 따뜻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겨울 공기 그대로였다.

식당 앞에서 약 10여분을 떨면서 그를 기다려야 했다

'패딩 하나 정도는 챙겨 올걸'

그 생각만 했다.

시간에 맞춰 이모부가 등장했다.


이모부는 “가자”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원래 타고 이동하는 차는 다른 쪽 파견이 잡혀 우리는 다른 분 차를 탔다.

후에 알게 됐지만 그 다른 분은 이모부와 같은 소속의 현장 부장님이었다.

40여분을 가는 동안 거무튀튀한 건물의 실루엣만이 눈에 들어왔다.

듬성듬성 불이 켜진 칸도 우리처럼 새벽시간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새벽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이동하고 있어 내심 놀랐다.


그렇게 40여분을 달려 경기도 안산의 현장에 도착했다.

차가운 공기와 어색한 환경…

이모부는 현장분 관계자에게 나를 소개했다.


그런 뒤 현장 함바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작업복으로 환복 한다.

잠시 후 이모부의 현장 멤버들이 하나둘씩 컨테이너 창고에 모였다.

그들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하며

깍듯이 인사했다.

모두가 삼촌뻘 또는 아버지뻘이었다.


아침 6시 55분쯤 부장님이 앰프와 마이크를 들고 와

집합을 알렸고 이어 국민체조를 시작했다.

어렸을 적 했던 그 국민체조를 이 나이에 다시 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체조가 끝난 뒤 간단한 전달 사항과 함께 구호로 현장으로 이동했다.

후우 이제 시작이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될까?


https://brunch.co.kr/@pluto-owl/399

출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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