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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Apr 11.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03…

일과의 시작...

그렇게 체조가 끝나자 안전구호를 외친 뒤 각 팀별로 모였다.

철근, 형틀, 목수, 전기등 그들은 당일 임무를 전달받고 현장으로 공구를 챙기고 이동한다.

나 역시 이모부(현장에선 반장님이다)와 함께 이동하려는 순간 나를 잠시 제지한다.

알고 보니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이니 현장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부산에서 따로 교육받아 자격증 같은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다시 또 들어야 하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2층의 교육장으로 가보니,

안전교육보다는 지급받은 물품의 확인 및 현장소장님의 구두상의 안전에 대한 정도가 정도였다.

그렇게 간단한 작성이 끝나고 바로 반장님을 찾아갔다.


그는 급하게 나를 이끌고 한창 작업 중인 통로로 이동했다.


머리 위에선 나무 자르는 전기톱 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가는 동안 지지대들이 빼곡히 위의 틀을 받치고 있었다.

빼곡한 지지대들이 순간 그리스 신전의 기둥 같다는 좀 황당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바닥에 박힌 못에 걸음이 꼬이자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이동한 곳은 건물의 지하 2층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지하실 고유의 퀴퀴한 공기가 흘러나온다.

그곳에는 수만은 자재들과 폐 자체가 산적되어 있었다.


원래는 형틀목수로 들어왔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첨부터 그런 일을 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 김 부장님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한동안 현장 분위기도 익히고, 현장 용어도 어느 정도 아는 게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으리라...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단은 일반 공과 함께 자재정리부터 해서 현장 곳곳의 정리가 주된 임무가 되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간 그곳엔 이미 인부 2명이 대기 중이었다.

한 명은 덩치가 왜소한, 다른 한 명은 나보다 조금은 덩치가 좋은 그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있었다.


반장님의 호출에 한국어가 서툰 왜소한 사람은 중국인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한 명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국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역시 중국인이었다.

그들과 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한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목재를 쓸만한 것과 못 쓰는 것을 분류해 담는 것이었다.


이제 첫 일이 시작된다.

내가 분주히 움직이자 천천히 해도 된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행여 내가 못쓰는 목재를 쓸만한 목재 칸에 옮겨 놓으면, 이건 왜 안 되는지 설명해주었다.

난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칠고 윽박지르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친절해서 놀랬다.

그렇게 목재를 나르고 있다가, 반장님이 우리 셋을 부른다.

위에서 내려다본 인양구... 실제론 치워야 할 것투성이다...

부른 이유는 인양구 주변의 철근을 휘어 폐자재가 나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보통 지하의 자재를 나르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이용한다.

타워크레인을 인양구라 불리는 구멍으로 내려, 지하의 자재들을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지상으로 옮긴다.

우리는 지하의 자재를 정리한 후 타워 크레인에 결착하여 지상으로 내보는 일을 하는 것이 주임무다.

내가 온 그날도 많은 자재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폐자재부터 파이프, 목재, 서포터 등 딱딱 옮기기 쉽게 나무 다이에 차곡히 쌓여 있었다.


그런 자재가 나갈 인양구에 철근이 뻗어 있어 크레인의 하강이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폐자재를 옮기는 것 또한 무리이기에 철근을 휘어 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알다시피 철근을 한 사람 힘으로 휘는 건 무리다.

그래서 일단 로프를 걸어 세 명이서 당겨 철근을 휘게 했다.

철근의 굵기에 따라 쉽게 또는 어렵게 진행됐다.

물론 작업 중간중간 쉬기도 했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안전모 앞으로 땀이 맺혀 방울방울 떨어진다.

입김이 쉴 새 없이 나온다.

그 순간에도 난 용이 아닐까?라는 우스운 상상을 했다.


2시간 정도 지나자 왜소한 중국인이 참을 들고 오셨다.

음료수와 빵 종류였다.(초코파이, 후레시베리 같은…)

그것으로 약간의 허기를 달래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반복된 작업의 시작이었다.

자재를 분류별로 담고

합판을 나르고

쓰레기를 주워 담고…


그렇게 점심시간이 오자

원래라면 현장 내 함바식당을 이용해야 했으나, 첫날이라 부장님과 반장님(이모부) 나 셋이서 근처 중국집으로 이동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부장님에게 현장의 마음가짐(?) 같은 사항을 들었다.

뭐랄까…

직장을 대하는 태도, 목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그런 거 말이다.

그런 충고(?) 속에서 짜장면을 먹고 현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후 역시 일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끔 반장님 호출로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자재를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때 보조역할을 하기도 했다

거기서 물론 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다.

처음 하는 일인데 척척 잘한다면 그거야 말로 기이한 일 아닌가…


오후의 참이 3시에 나왔다.

이제 1시간 20분 정도 버티면 퇴근이다. 음료를 마시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은 정말 미칠 정도로 천천히 간다.

몸은 지쳐, 시간은 안가…

정말 이거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일반공 덕분에 조금은 웃으면서 일할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업무가 끝났다.

날씨는 쌀쌀했어도 안에 입은 티셔츠는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이모부를 따라 김 부장님의 차에 탔다.

차 안에서도 그의 설교는 계속됐다.

하지만 일을 마쳐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1시간이 조금 넘어서 집 근처에 도착했다.

새벽엔 35분 만에 도착했는데, 오후엔 그래도 차들이 다녀 그런 시간에 주파를 할 수 없었다.

부장님께 인사하고 이모 식당에 들려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얼른 씻고 이모네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해야지.' 하고 3층의 원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다 달았을 때 …..


오른쪽 무릎이 시큰 거렸다.

뚜둑….

약간의 찌릿한 아픔이 무릎을 관통한다…

순간 나는 내 무릎의 아픔이 재발했음을 느꼈다.

겨우 하루 일했는데?…


나는 내일이 순탄치 않음을 직감했다…

지하 2층... 가운데 인양구로 한줄기 빛이 쏟아져 내려온다...



https://brunch.co.kr/@pluto-owl/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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