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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Apr 18.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04…

다리 통증이 나의 발목을 잡다...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원룸 계단을 내려설 때 오른쪽 무릎이 시큰 거렸다.

어제저녁보다 더 아팠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아 큰일 났다.’ 그 생각뿐이었다.

내려갈 때마다 조금씩 아파오던 다리는 마지막 1층까지 내려올 땐 이미 오늘 쓸 무릎의 관절을 다 쓴 듯했다.

정말 이 무릎의 고통이 재발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무릎의 통증이 시작된 건 십수 년 전이었다.

고통의 시작은 그 당시 드레스 룸 같은 가구를 만드는 회사에서였다.

완성된 가구를 들고 계단을 내려설 때 처음으로 지금과 같은 통증을 경험했다.

당시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해 봤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을뿐더러 걷기조차 불편했다.

결국 며칠 만에 일을 그만두고 편히 집구석에서 쉬니 어느새 완쾌된 것이다.


그렇다!

몸이 편하면 낫는 병이었다.


다행히 평지를 걸을 땐 아프지 않았다.

부디 오늘 일할 땐 조금만 아프기를 바랐다.


이날은 다른 분의 차를 이용했다.

평상시 이모부와 함께 이동하시는 분이랬다.

잠시 후 검은 카니발이 도착했고, 나는 인사를 건넸다.

약간 더 이동해 다른 한 사람도 태워 총 4명이서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무릎을 만져봤으나 아픈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차에 내린 순간 직감했다

무릎이 뭔가 잘못됐단 걸. 출발 전보다 더 아팠다…


식사를 하고 아침체조 후 각자의 현장으로 이동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유지할 수없었다.

한 칸 한 칸 쩔뚝거리며 내려갔다.

정말 눈물 날 만큼 아팠다.

왜 노약자분들이 계단을 그리 싫어하는지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일단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우선 하루 일하고 "무릎이 아파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아프다 한들 이런 현장에서 공감이나 받을 수 있을까?

개개인 모두 한 군데씩 아픈 데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무릎 통증을 호소해 본들 그들에겐 공허한 메아리 같으리라…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금전적 부담이 너무 커진다.

사실 돈이 없어서 인천까지 올라와 일을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그만둔다? 아무리 따져도 비용이 안 맞다. 더군다나 이모가 한 달 월세까지 지원해주며 잡아준 방이다.

그런 성의를 무시할 내 성격이 못된다.


이모부의 성격 또한 알기에 쉽지 않다.

그의 급하고도 다혈질적인 성격과 더불어 자기 사람이 아니라면 칼같이 잘라내는 그 성격은 내가 상대하기 버겁다.(더불어 감투도 좋아하고 남위에 군림하려는 성격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위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칠순 노모가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해서 가정을 지켰는데, 그런 어머니의 노후를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이젠 늙은 어머니가 좀 고생을 덜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니 버틸 만큼 버티자. 그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과 현실의 육신은 정 반대였다.

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우선 오늘까지 일하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바람일 뿐이었을까?


이모부는 마치고 현장 내 소개해줄 사람이 있으니 집에 가지 말고 이모네 식당에 있으라는 거였다.

나에게 사수 같은 존재가 되어줄 사람이라 귀띔해 줬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픈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일을 했다

간혹 평지를 걸을 땐 그 편안함이 얼마나 반갑던지…

가끔 무릎이 덜 아플 때가 있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일 때와 비교하면 감내할 정도가 아니었다

결국엔 병원에서의 치료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모부는 조카를 소개할 생각에 신이 난 건지 아님 오늘의 술자리가 신난 건지 알 수는 없다.


겨우 하루가 끝났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몸엔 먼지와 땀이 뒤엉켜 있다.

손과 발은 붓고 눈은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토록 맑은 날이지만 나에겐 그냥 지나가는 슬라이드 사진처럼 보였다


거의 1시간 정도 걸려 집 근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 관절에 부하가 걸리고 다시 통증이 재발한다.

이젠 평지를 걸을 때도 조금 시큰 거렸다…

순간 행여 다리를 영영 못 쓰거나 절름발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집에 소염제가 있으니 그거라도 먹자고 생각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현장에서 뵌 낯익은 분과 회포를 풀었다.


그렇게 8시가 넘었을 때 난 집으로 가기 전 약국에서 맨소래담과 무릎보호대를 샀다.

집에 도착 후 샤워를 하고 맨소래담을 아픈 무릎 주변에 고루 펴 발랐다.

그리고 소염제 2알을 삼킨다.

이틀째 밤이 찾아온다.

부디 조금 나아지길 바라며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자는 동안 뒤척일 때도 아픈 무릎 때문에 잠을 깨기 일쑤였다.


그렇게 다음날 새벽...

맨소래담이나 무릎 보호대는 아무 소용이 없단 걸 깨달았다.


나의 통증은 전혀 나아지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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