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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Dec 18. 2022

에세이) 새삼스런 일도 아니었다...

새삼스런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난 왜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을까…


인력시장에서 나의 나이는 사용기한이 다된 마모된 부품과도 같으며, 이는 교체 가능한 부품은 뒤에 얼마든지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나?

그렇게 반문하면서도 입맛이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원하는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항상 나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최근의 예는 이렇다.


어느 곳에서 도자기도 할 줄 알고, 

커피도 할 줄 알고, 

그림도 그려봤으며 

아울러 누굴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


이 4줄만 본다면 딱 나다, 그렇게 자부할 수 있다.

2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고, 10년 정도 커피를 했으며, 커피 수업도 진행한…

그리고 현재까지 그림도 틈틈이 그리고 있다.

이 자리는 나밖에 될 수가 없다고…


그렇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여 그들에게 최대한 나란 사람을 팔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 노력과 반대로 나에게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

모집공고가 끝난 페이지를 보며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결국 남은 건 여전히 막노동…

그것뿐이었다.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몸뚱이로 벌어먹는 이유는 하나.

나 자신이 게으른 그 이유 하나다라며 나에게 원망하듯 막노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인력시장에서는 사람대접받는 게 참 어렵다.

노동시장은 알다시피 중국계, 베트남계 같은 동남아 사람들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으며, 이는 가끔 외노자 대우를 받기도 했다.

건설현장에 남은 한국인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네들이 거의 대다수였고, 젊은 사람의 유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있는 젊은 사람은 동남아 사람들을 관리하는 그런 위치였지, 나처럼 현장에서 모래먼지 마시며 일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 현장 속에서 나는 나를 깎아내기만 했다.


익숙지 않은 현장 속에서 난 그냥 늙은이들 수발이 다였다.

욕받이도 일상이었다.

물론 내가 그 일마저 제대로 못해 빚어진 상황이었다.

그들이 고약하거나, 심성이 나빠 그런 건 아니었다.

현장은 그러한 곳이었기에, 원망은 없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난 나로 인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무엇이 하고 싶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난 나 자체로 존재하고 싶었다.


결국 막노동도 그렇게 도망치듯 나왔다…


그리고 양산 집으로 돌아오고 며칠 뒤 운 좋게 커피 알바를 하게 됐다…

통도사 근처에 있는 갤러리 카페에서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중간 관리직과 인력관리였다.


평일에 매니저 총각이랑 둘이서 운영하는데 무슨 인력관리인가!?

주말엔 한 명 더 끼어 3명이서 근무했다.

중간 관리라지만 하는 것이 없었다.

카페 매상은 엉망이었고, 이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 의견은 번번이 묵살됐고, 그들은 변함없이 그들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휴게시간도 갈등을 빚었다.

쉬지도 않고 일한 시간을 그들은 나와의 상의도 없이 한 시간씩 뺏다.

물론 그달 월급은 일한 만큼 받았지만, 결국 갈등은 봉합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난 결국 돈만큼 일하는 알바를 선택했다.


2달이 채 되지 않은 날, 그들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바로 날 잘랐다.

내가 11월 30일까지 일하고 나간 다음날 그들은 다시 직원 모집 공고를 올렸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쯤 되면 내가 잘못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지 않은가?

내 잘못은 모른 체 내가 옳다고 하는…

나도 어쩌면 그런 부류인지 모른다.


이 정도로 내 세상이 꼬인다 싶으면 결정해야 한다.

직장을 못 구하면 직장을 만들면 되지…

예전에 시작한 가게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못 구하면 내가 만들면 되지…


인스타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하신 말이 생각이 났다…

난 지독히도 직장의 신에게 미움받는 사람인가 보다…


그런 투덜거림 속에 마신 케냐 커피는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난 여전히 나의 세계를 사랑한다.

설령 그곳에 나 혼자 서있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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